[슬로 뉴스] 온라인서 불붙은 스낵컬처·1인 방송, 그 다음은… 급변하는 인터넷  ‘문화 생태계’ 기사의 사진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연재되는 웹툰 '마음의 소리'는 지난 18일로 1000회 연재를 돌파했습니다. 2006년 9월 처음 연재된 이후 10년 가까이 독자를 만난 셈입니다. 마음의 소리를 그리는 조석 작가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네이버 공무원'으로 불립니다. 연재를 쉰 적도 없고 마감 시간에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꾸준함에 대한 찬사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마음의 소리는 회당 조회수가 500만건에 달합니다. 1000회 동안 50억건입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전 세계 인구가 한 번씩 마음의 소리를 봤을 정도입니다. 한 회에 가장 많이 댓글이 달린 건 12만건이고 누적 댓글수는 1000만건입니다. 실로 엄청난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습니다.



빨리, 간편하게, 재미있게=마음의 소리와 같은 웹툰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네이버의 공이 큽니다. 예전에는 만화라고 하면 종이책 형태로 사거나 빌려서 봐야 했는데,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웹툰이 소비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아마추어 작가가 만화를 인터넷에 올리면 독자들이 이를 봅니다. 반응이 좋으면 정식 연재를 하게 됩니다. IT 기술이 새로운 문화 플랫폼 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낸 겁니다.

조석 작가는 처음에 모 부동산 사이트와 네이버에서 동시에 연재 제의를 받고 망설였다고 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고민거리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때는 웹툰이라는 장르가 없었기 때문에 아마추어 만화가에겐 어느 쪽이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부동산 사이트를 선택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기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웹툰 같은 문화 콘텐츠를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부릅니다. 스낵컬처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뜻합니다. 간식으로 가볍고 편리하게 먹는 스낵 같다는 겁니다.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이 대표적인 스낵컬처입니다.

스낵컬처는 이미 대중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웹소설 누적 조회수가 90억건에 달합니다. 정식 연재 작가 109명, 아마추어 작가 11만명이 있습니다. 웹드라마는 올해만 47편이 새로 만들어졌고, 재생수 1000만건 이상 작품도 나타났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됐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스낵컬처 확산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자투리 시간도 스마트폰에서 뭔가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스낵컬처는 길어야 10분 안팎으로 소비할 수 있는 분량으로 만들어집니다.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화면을 쓸어내리면 볼 수 있습니다. 웹드라마는 5분 안팎의 분량이 대부분입니다.

스낵컬처는 문화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카카오는 최근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1분(1boon)’을 선보였습니다. 생활 밀착형 콘텐츠부터 사회 이슈, 정치,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1분 안에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1분은 베타 서비스 기간 하루 평균 8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PC보다 많다 보니 간편하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경향이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는 겁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구독하면 뉴스 큐레이션을 해주는 ‘허핑턴포스트’ 같은 서비스도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입니다. 내년에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의 원조 격인 ‘버즈피드’가 한국에 진출한다고 합니다.



1인 창작자 전성시대=스낵컬처와 함께 IT 기술이 바꿔놓은 문화 현상 중 대표적인 것으로 ‘멀티채널 네트워크(MCN·Multi Channel Network)’를 꼽을 수 있습니다. MCN은 1인 창작자(브로드캐스트 자키·BJ)가 컴퓨터 앞에서 혼자 촬영을 하고 동영상을 유튜브 같은 곳에 공유하는 형태의 방송을 지칭합니다. 예전에는 방송을 하려면 대규모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카메라, 스튜디오 등 제작 환경이 있어야 하고, PD, 작가, 출연자 같은 전문 인력도 필요합니다. 만들어진 방송을 내보낼 방송국도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동영상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됐고,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동영상을 빠르게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나타나면서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기존 방송과 MCN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방송 콘텐츠의 내용입니다. 기존 방송은 오랜 시간 기획하고 잘 짜인 연출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드라마, 교양, 예능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반면 MCN은 1인 방송에서 출발하다 보니 소소한 일상부터 소재가 됩니다. BJ가 먹방을 하거나, 게임 같은 취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나눕니다. 전통적인 방송 관점에서 보면 ‘이게 무슨 방송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들이 관심 있는 내용을 친근하게 하기 때문에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방송의 위력은 배가 됩니다.

인기 BJ들의 영향력은 기존 방송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BJ 양띵의 경우 유튜브에 15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대도서관(110만), 악어(92만), 김이브(77만) 등 수십만명이 이들의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시청을 합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MCN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입니다. 마리텔은 MCN의 형식을 빌리면서 지상파라는 견고한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시작했던 MCN은 이제 비즈니스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MCN을 하는 1인 창작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양띵, 악어, 김이브 등은 트레져헌터라는 회사에 소속돼 있습니다. 모델 겸 배우 이성경, 남주혁 등을 대중에게 알린 아이콘TV도 있습니다. CJ E&M은 다이아 TV(DIA TV)를 운영 중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MCN 콘텐츠도 단순히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와 결합해 상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자들이 몰리는 방송 플랫폼을 기업들이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테니까요.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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