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대통령의 단골식당 기사의 사진
대통령이라고 식사를 1년 365일 청와대에서 하는 건 아니다. 경호 불편 때문에 엄두내기가 쉽지 않지만 가끔은 측근들과 외부 식당을 찾기도 한다. 조선시대 왕들이 즐겼던 미복잠행(微服潛行)은 아닐지라도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된다. 대통령의 단골식당은 소문나기 마련이고, 그 명성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많다. 단골식당을 살펴보면 대통령 개개인의 취향이 드러난다.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시청 뒤 추어탕집 부민옥과 경기도 군포 설렁탕집 군포식당을 곧잘 이용했다. 그의 서민적 정서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지방에 내려갈 땐 갈비식당을 선호했다. 단골로 알려진 경기도 수원의 화춘옥과 가보정, 부산 해운대의 소문난암소갈비집, 충남 예산의 소복식당은 모두 갈빗집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서울 성북동 국시집, 은평구 신사동의 봉희설렁탕, 양재동 소호정을 자주 방문했다. 국시집은 1969년 개업해 2대째 영업 중인 칼국수 전문식당으로, 이번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잡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울 내자동의 신안촌과 운니동 목포집을 애용했다. 홍어 낙지 등 남도음식 전문식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인 토속촌을 즐겨 찾았다. 퇴임 후 세무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유명세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발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계동사옥 근처에 있는 안동국시집 소람과 두부마을이 단골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단골식당이 있을까. 은밀하게 다니는 곳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일반에 알려진 식당은 없다. 혹여나 그의 약점인 소통부재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 청와대는 구중심처다. 박 대통령이 대중식당에서 소머리국밥 같은 서민 음식을 시켜놓고 시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싶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공주’라 불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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