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사회를 향하여] 도전을 기꺼이 받아주는 곳… 청춘은 춤춘다 기사의 사진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 스타벅스 서울시청플러스점에서 신재하씨가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신씨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일하는 142명의 장애인 직원 중 한명이다. 서영희 기자
서울 을지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시청플러스점에서 일하는 신재하(29)씨는 고객 입 모양을 읽어 주문을 받는다. 한 살 때 앓은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신씨는 청각, 언어장애 1급이다.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발성도 힘들다. 2012년 8월 시청플러스점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로 스타벅스에 첫발을 디딘 후 인근에 있는 소공점 등을 거쳐 지금의 매장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직급도 바리스타에서 슈퍼바이저로 올라갔다.

스타벅스 장애인 직원은 집 근처 매장에 배치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신씨는 자택이 있는 경기도 파주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금의 매장을 선호한다. 스타벅스 매장 중에서도 주요 특수 매장을 두루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만난 신씨는 수화와 입 모양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동네 빵집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주방에만 있으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밖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할 수 있어 좋았어요.”

신씨는 고객들이 자주 쓰는 ‘이거 주세요’ ‘물 주세요’ 같은 문장을 무리 없이 읽어낸다. 단골일수록 입 모양이 익숙해 알아듣기 쉽다. 단골들과는 간단한 안부 인사도 나눌 정도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제대로 못 알아들어 인상을 쓰는 고객을 만나면 난감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았다.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익숙해지면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파트너 입 모양이 다 다르니까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바쁠 때도 천천히 말해주고 실수했을 때조차 ‘괜찮다’고 말해줘 적응할 수 있었어요. 고객 중에는 제가 못 듣는 걸 알고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결제 서비스)로 주문해주는 분도 생겼어요.”

커피 맛을 내는 데도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4월 치른 스타벅스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1등을 했고, 커피마스터 자격도 취득했다. 남다른 손재주로 ‘라떼아트(우유 거품으로 그리는 그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비장애인의 경우 스팀 봉 소리로 우유 거품의 정도를 판단하지만 신씨는 손끝의 진동으로 적당한 거품을 판별한다. “우유에 스팀 봉을 넣었을 때 거품이 어떤 때는 벨벳같이 잘 나올 때가 있어요. 거품과 에스프레소 샷이 한번에 잘 나오고 재료가 잘 갖춰지면 설렙니다.”

신씨는 올해 부점장에 도전한다. 지난해 12월 권순미씨가 스타벅스 장애인 직원 중 최초로 부점장에 올라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여기서 일하면서 부점장, 점장으로 계속 승급했으면 해요. 위로 올라갈수록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꿀 수 있고, 그러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욱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스타벅스코리아에는 신씨와 같은 청각 장애인을 비롯해 모두 142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비장애인들과 공존하고 있다. 성별, 장애,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다는 경영철학이 ‘장애인은 서비스직에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걷어내고 장애인과 공존하는 계기가 됐다. 노사 공존을 넘어 장애인과 공존하는 새로운 서비스업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2007년부터 채용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다 보니 교육 방식 역시 진화하고 있다. 청각, 시각, 지체 등 장애 유형별로 교육을 달리하고 인원 배치 역시 매장 특성을 감안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은 미국 스타벅스 본사보다도 빨랐다. 근무하는 직원을 보고 채용을 문의하는 경우도 생겼다. 스타벅스 장애인 첫 부점장인 권씨가 근무하는 매장을 자주 찾았던 한 어머니가 청각장애인 아들에게 바리스타를 추천해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공존의 또 다른 축인 비장애인 직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는 매장 점장은 1년에 한 번 이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받는다. 지난해부턴 부점장 승격 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필수로 넣었다. 2013년부터 장애인 관련 업무만 전담으로 하는 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을 두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교육을 하고, 문제 발생 시 해결하는 역할을 맡겼다. 박종환 스타벅스 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은 “장애인 직원 채용 시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고객의 인식”이라며 “매장에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면서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고객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이 근무하는 것을 인식하고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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