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44)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유형준 교수팀] 당뇨로 인한 혈관합병증 정복에 심혈 기사의 사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당뇨내분비센터 유형준 교수팀. 왼쪽부터 박향랑 당뇨관리 전문 간호사(43), 김홍덕 내과 전공의(31), 유 교수, 장미 임상영양사(34). 김지훈 기자
고령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 당뇨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0% 이상이 당뇨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인 당뇨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흔히 당뇨는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병이라고 말한다. 눈의 실핏줄이 막히거나 터져 실명할 위험이 높아지고, 다리가 썩어 잘라내기도 하며, 콩팥 같은 내부 장기도 서서히 망가트리기 때문이다.

당뇨가 이렇게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무서운 합병증 때문이다. 워낙 흔한 만성질환이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당뇨로 인한 합병증은 생각만큼 가볍지 않다.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손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생 동안 살피고 또 살펴봐야 되는 게 당뇨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당뇨내분비센터 유형준(62) 교수가 당뇨 환자에게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혈당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유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노년의학 전문가이자 당뇨 전문가다. 노년에 당뇨까지 앓을 경우 삶의 질은 매우 피폐해진다. 때문에 유 교수는 자연스레 노년의학과 당뇨를 같이 연구하게 됐다. 그는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노화가 가속화된 상태다. 혈당관리를 소홀히 한 당뇨 환자가 유달리 늙어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인 당뇨를 연구하고 노인 당뇨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사람의 노화를 임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노인에 대해 잘 모르면 노인에게 일어나는 의학적 사실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고, 당뇨노인 역시 제대로 진료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이를 위해 간호부, 사회복지팀, 영양팀, 약제팀 등 관련 부서와 협력하는 ‘팀(Team) 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고 합병증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당뇨로 인한 혈관합병증은 어느 병원보다도 심혈을 기울여 치료한다.

당뇨병성 혈관합병증은 혈관 노화가 반영되기 때문에 수준 높은 치료를 위해선 당뇨병학뿐만 아니라 혈관노화학에 대한 깊은 식견이 요구된다. 유 교수가 노년의학과 당뇨병학에 대해 쉼 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유다.

1997년 혈관평활근세포(혈관벽면 세포 중 중간막 세포)에서의 칼슘이온 이동이 동맥경화 발생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내 주목을 받은 유 교수는 지금도 개인 연구원과 함께 당뇨병성 혈관합병증 정복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일본 문부성 학술연구비 지원을 바탕으로 시작한 혈관평활근세포 증식 억제를 통한 당뇨병성 동맥경화증 개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는 그동안 활발한 연구 활동에 힘입어 대한당뇨병학회 연구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고 지석영의학상과 서울의대 함춘의학상을 받았다. 또 당뇨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봄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당뇨 환자의 아픔을 의학적 지식과 기술로써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함께 아파하며 같이 극복해가는 의사가 되고 싶다.” 유 교수의 소망이다.

그는 실제 환자를 대할 때 늘 일일이 혈압을 재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최대한 환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해결해주려 노력한다. 하루 진료 환자 수는 50여명. 그의 정확한 진단과 친절한 설명에 환자들은 믿음으로 화답한다.

독실한 기독교인(돈암감리교회 장로)이기도 한 유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회장과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연구회장, 세계노인병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바쁜 진료 및 학술 활동 가운데에서도 2006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무의탁 소외계층 노인을 위한 무료진료와 사이버 당뇨 강좌를 10년째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유 교수는 또한 냉철하고 정확하면서도 친근한 당뇨 전문가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인(文人)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문예지 ‘문학청춘’과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시인(필명 유담)이자 수필가다. 의학자에게 부족해지기 쉬운 감성(感性)을 꾸준한 문예활동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재능기부를 할 각오다. 의사가 된 이래 줄곧 ‘봉사하는 의사’를 꿈꿔왔다고 말한다. 언젠가 인적 드문 오지(奧地) 등에서 하는 의료봉사도 그 계획에 포함돼 있다. 당뇨 환자, 특히 당뇨를 앓는 노인들 곁에서 따뜻한 의료를 실천하고 있는 유 교수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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