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34) t윤미래, 깊고 넓은 ‘삶의 향기’ 기사의 사진
싱글앨범 ‘사랑이 맞을 거야’ 표지
최근 t윤미래가 싱글앨범 ‘사랑이 맞을 거야’를 보내왔다. 그녀와 함께 일한 옛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20년이 다 된 이야기이다. 1996년, 우리나라 힙합 지형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반이 탄생되었다. 바로 힙합그룹 ‘업타운’이었다. 그 가운데 홍일점 멤버 윤미래는 단연 문제적 뮤지션이었다. 시대를 과격하게 앞지른 이 소녀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힙합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국 힙합음악의 초석을 마련한 선구자인 셈이다.

15세의 래퍼이자 보컬리스트 윤미래. 당시 그녀는 앨범을 발매하기 전부터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슈퍼스타였다. 그녀의 등장으로 그동안의 가요 랩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흉내였는지를 말없이 가르쳤다. 정말 경이롭고 환상적이었다.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오면서도 그루브한 라임의 래핑은 섣불리 따라하거나 넘어서지 못할 장벽 같아 보였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힙합음악에 심취해 있는 많은 이들에게 그녀는 무의식적 교과서가 되었다. 더군다나 이국적인 소울(soul) 창법을 바탕으로 출중한 보컬 실력까지 갖추었다. 응당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1년에 발표한 솔로 음반(‘As Time Goes By’)에서 절제된 보컬의 미학이 무엇인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3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은 그녀가 래퍼일 뿐만 아니라 한국 최고의 R&B 보컬리스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끊임없이 달려온 그녀의 성공적 변신 뒤에는 삶의 애환이 질척하게 깔려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자란 아홉살의 어린 소녀는 어머니를 따라 고국 품에 안겼다. 언어의 단절과 가난, 혼혈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으며 성장했다. 그러한 아픔의 극복은 농밀한 음악적 성취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노래 ‘삶의 향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폐부를 할퀴며 온몸을 덮치는 랩 가사의 내용은 그녀가 걸어온 지난날의 거울이며, 희망의 출구를 향한 깊고 넓은 발걸음이었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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