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사회를 항하여]  뻥뚫린 고속도로처럼 ‘동서 화합의 길’ 닦는다…‘아름다운 동행’ 영·호남 기사의 사진
지난 22일 개통된 '광주∼대구고속도로' 모습(왼쪽). 대구시립무용단이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달빛동맹 문화예술교류 공연인 '코끼리를 보았다'를 광주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오른쪽). 대구시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지난 22일 옛 88고속도로를 확장해 이름을 바꾼 ‘광주∼대구고속도로’가 개통했다. 왕복 2차로에 급경사·커브 구간이 많은 데다 중앙분리대마저 없던 88고속도로는 사고가 빈번해 ‘죽음의 도로’로 불리며 영호남 지역감정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영호남은 뻥 뚫린 고속도로로 마음껏 오갈 수 있게 됐다.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해 지역감정의 대명사였던 영호남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동서 화합의 시작 ‘달빛동맹’=“전라도가 안 뭉치면 꽉 막힌 경상도에 계속 당한다” “전라도 똘똘 뭉치는 것 봐라. 경상도도 안 뭉치면 큰일 난다” 과거 영호남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영호남의 대표 도시 대구와 광주 경제가 전국 꼴찌를 다투는 상황이 되자 “이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달빛동맹’의 탄생 배경이다.

대구와 광주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딴 달빛동맹은 2009년 두 도시의 공동번영을 위해 시작됐다. 간헐적으로 교류를 이어오다 2013년 3월 달빛동맹 교류협약을 공식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군공항 이전’ ‘88고속도로 조기 확장’ ‘달빛 야구 제전 개최’ ‘공무원 교차 견학’ 등 각 분야에서 23개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 지역 시장이 2013년 이후 대구 2·28,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고 2014년 두 지역에 상대 지역 이름을 딴 상징 숲을 조성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달빛동맹 민관협력 추진 조례 제정·공포’ ‘달빛동맹민관협력위원회 출범’ 등 민간 차원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도 두 도시의 미래전략산업인 친환경자동차산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미래자동차 동맹’도 맺었다. 이밖에도 스포츠 교류, 시립무용단 교류공연, 영호남 청년 미팅 주선 행사 등 문화·예술·스포츠 전 분야로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달빛동맹이 이제는 인적교류 차원을 넘어 공동의 경제 발전과 번영을 위한 이익동맹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영호남 잇는 ‘광주∼대구고속도로’=죽음의 도로로 불렸던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기능 개선 차원을 넘어 영호남 교류의 새 상징이 될 전망이다.

영호남 지역감정이 1984년 개통된 88고속도로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로 사정은 엉망이었다. 이에 2001년부터 최근까지 순차적으로 170여㎞ 구간을 4차로(일부 6차로)로 확장했다. 일부 급경사·곡선 구간을 직선화해 전체 운행거리가 줄고 제한 속도도 높아져 운행 시간이 2시간12분에서 1시간40분대로 30분 정도 단축됐다. 도로 확장으로 통행량이 일평균 1만3800대에서 2만대 이상으로 늘고 연간 물류비용 절감액도 7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대구고속도로 확장 개통은 광주가 대구와 더불어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남아있다. 대구와 광주 등은 도로의 상징성을 감안해 ‘달빛고속도로’로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동서 화합 분위기 확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9월 23일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장을 찾았다. 경북도가 행사기간 중 이날을 ‘전라남도의 날’로 정해 이 여사를 초청한 것이다. 행사장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이희호 여사)에 각각 1억원씩을 기탁해 ‘영호남 상생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김관용 지사는 지난 11월 13일 경북의 종가음식 전수자, 전통식품 명인 등 35명과 함께 전남 담양군 죽녹원 일원에서 열린 ‘제22회 남도음식문화 큰잔치’ 행사장을 찾았다. 영남에서 대규모 사절단이 축제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경북도와 전남도도 달라지고 있다. 공생을 위해 ‘아름다운 동행’에 나선 것이다. 두 지역은 경북의 종가음식과 전남의 남도음식 간 상생을 도모하기로 했고, 내년도 국비예산 확보를 위한 공조체제도 가동하기로 했다. 상주∼나주 조선감영 복원, 안동∼화순 백신 글로벌 산업화 기반구축, 울릉도∼가거도 국토 끝 섬 주민 간 교류, 동서화합 천사프로젝트 등 10대 상생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두 지역 최대 현안인 경북의 동해중부선 철도와 전남의 남해안 철도부설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국비예산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전북도와도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융복합탄소성형 첨단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북도와 ‘탄소성형 클러스터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광주·대구=장선욱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