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사회를 항하여] 교육·정보·주거 격차 해소, ‘길’은 있었다 기사의 사진
2015년 우리 사회를 관통한 가장 아픈 단어는 ‘금수저’였다. 부자인 부모를 둬 취업·대입 등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지칭하는 ‘금수저’는 계층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화하면서 소득이나 재산에 따른 구체적 구분 기준까지 등장했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2%가 우리 사회의 계층갈등을 걱정했다. 이념·노사·지역·세대 등 여러 갈등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계층갈등은 주거환경, 교육, 정보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갈등의 반대말은 통합과 공존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통합과 공존을 위한 여러 가지 ‘작은 시도’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소외 없는 교육’을 꿈꾼다

교육의 차별도 계층갈등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규모,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다.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8000원이다. 반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6만6000원에 그친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3.5%이고, 100만원 미만 가구는 32.1%다.

자유로운 가치관과 학습을 목표로 내건 대안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교육부가 170개 미인가 대안교육 시설을 조사했더니 54곳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받고 있었다. 미인가 대안교육 시설은 주로 부적응 학생 교육, 대안교육, 종교·선교교육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들 170개 대안학교의 학생 부담금은 연평균 620만7000원에 이르렀다. 서울시에 있는 일반 고등학교의 연간수업료(175만원)보다 3.5배 높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서울 광진구의 ‘아름다운학교’가 보여주는 실험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4년 대안학교로 문을 연 아름다운학교는 ‘자립’ ‘소통’ ‘공존’ ‘지성’이라는 4가지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학생들은 생명·환경·인권 프로젝트나 사회적 경제 등을 배우고 계절마다 여행을 간다. 30명 정원의 중등과정에 27명, 고등과정에 해당하는 ‘학교너머 과정’에 8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중산층에서 저소득층까지 다양한 가정환경의 학생들은 학비를 다 다르게 낸다. 교육비는 급식비를 포함해 월 최대 30만원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70% 감면, 차상위계층은 50% 감면 등 각자 여건에 따라 받는다. 아예 교육비를 받지 않거나 고가의 학비를 받는 대안학교의 일반적 모습과 다르다.

아름다운학교가 꾸는 꿈은 다양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배우고 익히는 ‘통합교육’이다. 염병훈(52) 교장은 “경제적 문제로 교육에 소외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빈곤이나 장애가 있는 학생만 모여 있거나, 비슷한 환경의 학생만 있는 것보다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있을 때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도서관의 ‘작은 실험’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는 사회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정보가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시대에서 정보에 뒤처지면 계속 경쟁에서 밀러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도서관에 주목하고 있다. 도서관법 43조에 보면 ‘도서관의 책무’라는 대목이 있다. 이 조항은 ‘모든 국민이 사회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립 고척도서관은 정보격차 해소라는 도서관의 역할에 충실하다. 고척도서관은 1∼3등급 장애인에겐 1번에 30일씩 최대 10권의 책을 빌려준다. 책을 빌리고 돌려받는 일은 택배로 이뤄진다. 택배비용은 무료다.

고척도서관은 구로구에 있는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지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또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도서관 1층 로비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차 한 잔의 사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서관이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지적장애인들에게 직업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변신한 것이다.

고척도서관은 최근 다문화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2층 종합자료실 안에 다문화자료실을 만들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9개 언어로 된 해외도서, 다문화국내도서 8000여권을 비치했다. 4∼9월에 다문화가정, 이주아동, 중도입국자녀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책읽기’ ‘문화다양성 이해’ 등의 프로그램을 열면서 지역사회 통합에도 힘을 보탰다.



다함께 사는 ‘소셜믹스’

주거지만큼 계층이 확실하게 나뉜 분야도 찾기 힘들다. 비닐하우스, 판자촌, 쪽방 등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문제나 여러 사회계층이 같은 지역에서 거주하는 ‘소셜믹스(Social Mix)’ 등은 올해 주요 쟁점이었다.

임대주택단지는 도시의 ‘섬’ 같은 곳이다. 1980년대 후반 대규모로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지면서 지역·계층은 단절됐다. ‘임대’냐 ‘일반’이냐에 따라 출신 성분이 달라졌다.

정부는 2005년부터 주택 유형과 평형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지속 가능한 신도시 계획 기준’을 도입했다. 서울시는 2003년 공공임대 10만 가구 건설을 추진하면서 임대주택의 규모를 59∼132㎡ 수준으로 다양화했다. 같은 단지 안에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주택을 배치해 ‘임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묽게 하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2012년부터 저소득층 가구의 이사·도배·수리 등 주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多해드림(Dream) House’(다해드림하우스) 사업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249가구에 548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저소득층이 사는 마을을 잘 정비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데 있다.

한국폴리텍Ⅰ대학 성남캠퍼스, KT&G복지재단, 도배전문학원, 민간이사업체 등 17개 기관이 이 사업에 인력이나 자원을 보탠다. 예산을 따로 책정할 필요도 없이 기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주거 환경·지역에 따른 소외는 여전하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은 부족하고, 주택관리 체계는 일반분양주택 위주로 이뤄진다.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