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 “기부 는다는 건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을 유일한 증거”

기부 전문 컨설팅 회사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

[인人터뷰]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 “기부 는다는 건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을 유일한 증거” 기사의 사진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는 기부 행위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을 치유해 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비영리단체를 도와주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기부 행위가 단순히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정말 생각을 고쳐야 한다. 기부는 그 공동체의 수준을 일정 부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도 쓰인다. 선진국에서는 기금 모금(펀드레이징)과 후원금 캠페인이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들어 거액이든 소액이든 기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부분 비영리민간기구(NGO)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부는 정부나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비영리단체의 활동 영역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해졌고, 기부는 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도움과 나눔’은 기부 전문 컨설팅 회사다. 좀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문화된 영역이고 글로벌 회사들도 적지 않다.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기부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전문 기술을 상담한다.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50) 대표를 만나 기부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기독교 사역 활동의 하나로 이 회사를 일궈왔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비영리국제단체 해비타트가 1995년 한국 지부를 창설할 때부터 사무총장을 맡아 2001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도움과 나눔’ 대표로 기부 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기부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기부란 우선 물질적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자선(慈善)이다. NGO 입장에서 보면 모금이고, 주는 입장에서 보면 기부다. 물질적 도움은 한 부분이고, 더 크게 보면 어떤 가치가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부자가 기부할 때는 그 비영리단체의 모금 취지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치를 일반 시민이 알고 내재화시킴으로써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왜 기부가 필요한가.

“국가는 세금으로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에 필요한 일을 하고, 기업은 영리 목적으로 경제활동을 한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고, 정부가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은 돈이 안 되면 하지 않는다. 종교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 못하는 제3의 영역이 매우 커졌다. 이를테면 교육 문화 복지 인권 환경 등이 그렇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나 기업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민간 기구가 협조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정책적 파트너가 된 것이다. 그러니 기부나 모금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못한 것을 해결한 사례를 들어볼 수 있나.

“1960, 70년대 많았던 소아마비가 지금은 없어졌다. 박멸 계기는 국제로타리클럽의 모금이다. 세계적으로 백신을 보급시키고 각국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소아마비 박멸 캠페인을 벌였다. 제약회사들은 별로 수익이 안 되니 관심이 없던 부문이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특정 국가의 말라리아에 대해 시장성이 없는데 다국적 제약회사가 예방약을 만들겠는가. 다만 여행객들이 늘어나니 그들을 위한 약을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미주·유럽 간 지역적 불평등이 있다. 한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한 기업의 영리 활동으로 거대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문화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후원자들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지금 거장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겠는가. 고흐 동생의 자선적 도움이 없었다면 고흐의 위대한 작품이 태어났을까.”

-아는 사람이 강권하거나, 동정심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최근 우리의 기부 문화는 대단히 발전하고 있다. 소액 다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즉흥적 기부가 많았는데, 요즘은 정기적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결제가 아주 많이 늘어났다. 기부를 결정할 때 가족들이 논의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 배려가 늘어난 현상이다. 희망적이다. 소액 다수 기부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의미도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의미도 크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단체에 1만∼2만원씩 기부한다고 치자. 그러면 내가 환경친화적으로 살고, 되도록 환경파괴적 용품은 쓰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보호에 반하는 행위를 비판하게 될 것이다.”

-이달 초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지분 중 99%(52조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거액을 한번에 기부하는 것은 어떤가. 부자가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기부해 마음대로 한다는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philanthropy와 capitalism의 합성어) 논란도 있었다.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미국에서는 ‘전략적 자선’이라고 한다. 어느 사회나 많이 가진 소수와 덜 가진 다수가 존재한다. 기부는 둘 다에게 다가가야 한다. 상호보완적이다. 선진국에서는 고액 기부를 받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돼 있다. 대학이나 대학병원들이 그렇게 한다. 정기적인 소액 다수 기부는 비영리단체 입장에서 보면 예산 규모를 예측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에 안정감을 준다.”

-기부도 전략적이어야 하는가.

“중남미 아이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먹을 물이 모자라 전 세계에서 생수가 엄청나게 들어왔다. 그 결과로 최빈국인 아이티의 물 관련 산업이 붕괴됐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헌옷을 보낸다고 치자. 그게 도에 넘치면 가난한 나라에서 막 시작한 봉제공장은 어떻게 될까. 요즘 우물 파기 지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예전에 파놓은 우물에서 제대로 물이 나오는지, 오염되지는 않았는지는 별로 관심이 크지 않다. 모두 선한 뜻으로 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부도 좋지만 봉제산업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빗물 정수하는 기술을 가르쳐줘 지속가능케 하는 것은 어떨까. 의료봉사도 좋지만 의료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의료진 교육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기부 행위가 기부자 개인 또는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미쉬 공동체의 학교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소녀 등 학생 5명이 죽고 5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미 전역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는데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의 또래 아이들이 장난감 테디 베어와 학용품을 너무 많이 보내왔다. 범인을 용서한 아미쉬 사람들은 “우리는 부족함이 없지만 선물들을 모두 받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선물을 받음으로써 우리도 그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아이가 TV를 통해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보고 크나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선물을 받음으로써 그 아이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고 위로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미쉬 공동체가 생각한 것이다. 기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개인을 치유하기도 한다. 자신의 이타적 행위로 남이 좋아하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숙된 사회는 큰 재난이 닥칠 때 한 단계 더 성숙한다. 문제가 있는 곳에는 에너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 에너지를 모아가는 과정을 일종의 기부 행위로 치환할 수 있다. 기부자가 늘어간다는 사실이 사회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거의 유일한 요소로 나는 생각한다.”

-교회는 오랫동안 구제 사역을 해왔다. 기부와 관련해 교회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공헌을 놓고, 드러나 보이는 것을 놓고, 세상과 경쟁하듯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빈곤 시절에, 사회자본이 빈약했을 때, 교육·복지 인프라가 부족했을 때, 교회의 자선 행위는 매우 좋았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교회에는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교인,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교인 등 전략적 자산들이 매우 많다. 이들에게 전문적 기부 기술을 습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부가 자기만족적이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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