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준협] 획기적인 인구전략 시급하다 기사의 사진
“2022년부터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2030년엔 100만명, 2040년엔 271만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부족하다.” 3년 전 작성된 정부의 한 비공개 문서에 적힌 내용이다.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 겨우 6∼7년 후부터 현실화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인구보너스’를 한껏 누렸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로 노동 공급이 확대되면서 생산이 급증했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도 늘어났다. 핵심 저축계층인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로 저축률이 상승하고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속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정반대다. 출산율 저하로 생산가능인구 유입이 감소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가 고령인구로 유출되면서 2012년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잠재성장률도 끝 모를 추락기에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4%대에서 2030년대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인구절벽을 넘어서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인구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해법부터 말하자면 2020년대 중반까지는 고용률 제고로, 2040년대까지는 북한 인력과 외국 인력 흡수로, 2040년대 이후에는 출산장려책으로 태어난 미래세대가 우리나라를 이끌도록 인구정책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출산장려책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핵심 인구정책이다. 하지만 상당한 정부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가임여성이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인구증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20년이 지나서야 새로 태어난 미래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에 2020년부터 2040년까지 약 20년간 인구절벽을 넘어설 특단의 대책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역시 취업애로계층인 청년과 여성,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더 많이 흡수함으로써 실업문제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정규직 같은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반면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같은 하위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좁히고, 비록 비정규직에서 시작하더라도 경험과 경력을 쌓아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일자리 상승 사다리’를 구축해야만 더 많은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여성일자리정책의 성패는 일·가정 양립 여부에 달렸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일·가정 양립이 취약할 경우 여성 일자리 확대가 도리어 출산율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고령층을 위해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가교 일자리(bridge job)를 확대해야 한다. 제대로만 한다면 노동력 부족 시점을 2022년에서 몇 년 더 늦출 수 있다.

2020년대 중후반부터 2040년대까지 인구절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북한 인력과 외국 인력을 흡수해야 한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 인력을 활용한다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격차를 줄이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적정 수준의 외국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이민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 자녀에 대한 사회통합대책을 마련하고 취업지원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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