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진성 정치리더를 기다리며 기사의 사진
대한리더십학회장을 역임한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는 21세기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는 ‘진성(眞性·Authentic)리더’가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윤 교수는 지난달 펴낸 저서 ‘진성리더십’에서 진성리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인 사명(使命)을 복원하여 자신과 구성원들을 임파워먼트(Empowerment)시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조직과 세상을 더 행복하고 더 따뜻하고 더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사람.’ 그는 “진성리더가 조직 구성원과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리는 진정성(眞情性)”이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진성리더로 세종대왕, 정조,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 유일한 박사를 꼽았다.

내가 윤 교수의 진성리더십 이론에 관심을 갖는 건 300명의 대한민국 정치리더를 뽑는 20대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와서다. 기성 정치인과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맹렬하게 뛰고 있지만 진정성을 갖춘 지도자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정치인을 정치가(Statesman)라기보다 정략가(Politician)로 인식한다. 뚜렷한 역사의식과 정치적 신념을 갖추고 대의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술수와 거래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치인들을 보면 자신이 내세우는 사명에 대해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말을 가슴으로 하지 않고 입으로만 하기에 감동이 없다.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지만 거짓된 속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우리 국민의 정치 불신이 큰 이유다. 야당을 보자. 도무지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국회의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지키는 의원, 뛰쳐나가 새살림을 차리는 의원 가릴 것 없이 어떤 선택이 자신의 당선과 정치행보에 유리한지만 따진다. 이구동성으로 혁신과 새정치를 말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당은 어떤가. 친박계, 비박계 할 것 없이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는 청와대 ‘아바타’와 다름 없다. 대통령이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어도 제대로 지적하질 못한다. 각자 나름대로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과 정치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 없지 않을 텐데 도대체 움직이질 않는다. 야당과의 선거법 협상과 당내 공천방식 논의 과정을 보면 다들 정상배일 뿐이다.

20대 총선에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진성 정치리더를 제대로 선발해야겠다. 진성 정치리더는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다. 애국심과 함께 확고한 신념 체계를 갖추고 일관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진실한 사람’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윤 교수는 “진실은 자연과학적 사실성을 말하며, 진정성의 영역에 진실을 요구하면 인간의 주체성이 왜곡된다”고 설명한다.

진성 정치리더 선발 권한은 전적으로 국민한테 있다. 국민들이 입만 열면 정치인들을 욕하지만 따지고 보면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우리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과 똑같다는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 국민의 교육수준과 정치인 감별 능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들은 수준 이하인가. 다들 투표장에만 들어가면 정치적 신념을 상실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정확한 감별을 스스로 포기한다고 봐야겠다. 특히 수십년째 계속되는 묻지마식 지역투표로는 진성 정치리더를 골라내기 어렵다. 유권자가 진성이라야 진성 정치리더가 나온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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