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사회를 항하여] 크고 작은 ‘배려’가 모이면 세대·계층·노사·지역간 벽 허물어 기사의 사진
엎드려 잠든 도시를 깨우며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잠을 깬 도시는 분주한 하루 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하루하루 1년이 지나간다. 어젯밤 우리는 어떤 아쉬움과 약간의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2015년을 보내버렸다. 붉은 해가 새해의 첫 하루를 흔들어 깨운다. 이 거대한 도시의 어느 모퉁이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당신들의 2016년이 궁금해진다. 사진은 국내 최고층 빌딩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14층에서 촬영한 지난 28일 일출 장면으로 잠실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곽경근 선임기자
2015년 대한민국은 갈등과 대립으로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과 세대 갈등, 부자와 가난한 자의 계층 갈등에 여야 정치권의 진영논리까지 가세하면서 세상은 험악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공무원, 노동자, 기업에 이르기까지 서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횡행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갈등이나 노동개혁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생과 공존의 미덕은 없었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혜 논란은 세대 간, 계층 간 불신과 갈등을 키웠다. ‘금수저 흙수저’론(論)과 ‘헬조선’이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등 희망은 사라졌다.

잘사는 부모 밑에 태어나면 학업도 취업도 쉽고, 가난한 집안 출신은 험로만 걸어야 한다는 말은 실업에 허덕이는 청년세대, 빈곤에 허덕이는 차상위계층, 성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절망을 대변했다. 다층화·구조화된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단절과 차별의 벽은 낮아지지 않고 더 높아졌다. 쪼그라든 성장으로 인해 분배의 정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20대 청년들이 실업에 허덕이는데도 이미 일자리를 꿰찬 기성 근로계층은 조금도 양보할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거대 노조들은 임금피크제나 고용 유연화를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으로 여겼다. 자기 앞에 놓인 떡 하나를 양보하면 그 떡이 다른 이에게 일자리로, 새로운 고용으로 돌아가리라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정치권은 더 한심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을 보듬기는커녕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극단의 대결 양상을 빚었다. 사정이 이러니 사회 구성원의 의식도 각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난 12월 6일 국민일보가 창간 27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설문 응답자의 80.9%가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작 8.2%만이 “낯선 사람이라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많다는 사람보다 ‘별로 없다’고 한 사람이 더 많았고, “한국인은 자녀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친다”고 여기는 사람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대다수가 배금주의가 사회를 지배한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독거노인과 가난한 청년이 집을 공유하고, 교육과 정보, 주거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곪아터진 갈등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실험도 나오고 있다. 2016년 새해는 이런 빛줄기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나만이 아닌, 타인과의 공존의 빛줄기가 우리 사회 곳곳을 환하게 비추길 바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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