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마지막날 ‘소녀상’과 함께한 시민들…12년째 이어온 목요집회 계속하고 밤새워 소녀상 지키고

“해 바뀌면서 관심 식을까봐 걱정… 새해 소망 대신 할머니들 위해 기도”

2015년 마지막날 ‘소녀상’과 함께한 시민들…12년째 이어온 목요집회 계속하고 밤새워 소녀상 지키고 기사의 사진
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밤을 새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안 폐기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인근 빌딩숲 사이를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에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더 꽁꽁 얼어붙은 듯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2004년 2월부터 매주 목요일 ‘일본 정부의 군위안부 사죄’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단’ 등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펼쳐온 박세환(60·대한민국국토수호교회) 목사와 교회 교인들의 애국가였다.

약 1시간 동안 찬송과 기도, 일본 정부를 향한 호소 등이 이어졌다. 박 목사는 “12년 전 처음 이 자리에 서서 조용히 기도할 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면서 “이 나라의 귀한 딸들을 짓밟은 일본군과 일본 정부는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새해에는 한·일 관계 개선과 일본정부의 회개를 위해 더욱 마음을 모아 기도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위안부 소녀상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붉어진 귓불을 매만지며 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박현숙(39·여)씨는 “정부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좀 더 존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소녀상이 오늘 따라 더 외로워 보인다”며 스마트폰으로 소녀상을 촬영했다. 박씨는 “송구영신예배 때는 새해 소망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천 학생 등이 속한 단체들의 침묵 시위도 잇따랐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에 소속된 학생들이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안 폐기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연합 활동 중이다. 대책위 학생들은 하루 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협상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밤새 위안부 소녀상 곁을 지켰다. 회원 김남균(25)씨는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분들의 진심을 대신 전하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용기를 냈다”며 밤새 얼어붙은 물병을 들어보였다. 약하고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최계연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대학생팀장은 “할머니들이 25년 동안 투쟁해 온 역사가 짓밟혔다”며 “새해를 맞는 분위기로 또다시 관심이 줄어들 것이 걱정된다. 내일이 12월 32일, 모레가 12월 33일이었으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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