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전석운] 오바마는 왜 레임덕 없나 기사의 사진
미국 정치 지형을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레임덕에 빠져 있어야 마땅하다. 의회는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고, 정치권의 관심은 오는 11월에 치를 대통령 선거에 온통 쏠려 있다.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새로운 어젠다를 추진하기에는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임기 후반에는 대부분 국정 장악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레임덕에 시달렸다. 조시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의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국정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다르다. 지난해 이란 핵합의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굵직한 이슈들을 의회에서 잇따라 관철시키는 뚝심을 보였다. 이란 핵합의는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고, TPP는 여당인 민주당 내 반발이 심했으나, 설득과 타협으로 의회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단단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그의 국정지지도는 44∼49%대를 유지했다. 역대 레임덕 대통령들에 비하면 대단히 높고 안정적인 지지율이다. 이런 그에게 일부에서는 ‘레임덕’(뒤뚱거리는 오리)이 아닌 ‘마이티덕’(강력한 오리)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들어 또 하나의 야심 찬 어젠다를 추진한다.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 발동이다. 미국 사회의 오랜 고질인 총기난사 사건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이어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고, 개인의 총기 소유 합법화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가 만만치 않아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샌버나디노 테러와 오리건 엄프콰 커뮤니티칼리지 총기난사 등을 계기로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임기 마지막 해에 진전을 이루기 위한 모든 땀방울을 짜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레임덕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상당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어젠다 싸움에서 야당을 이겼기 때문이다. 의회의 반대로 쿠바 금수조치 해제가 늦어지고, 법정 소송으로 이민개혁이 지체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잇따라 정치쟁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젠다를 대세로 만드는 역량을 과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여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소통 노력도 레임덕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과 골프회동을 하며 대화를 나눴고, 여당 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해외순방에 함께 나섰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은 일등공신은 미국의 경제회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년6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직후 재닛 옐런 의장이 “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할 만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보면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 차갑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경제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가장 큰 무기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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