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연말정산의 달을 맞이하여 기사의 사진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금 납부는 납세자인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국민으로서 의무이다.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세금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세금 부담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혁명이나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때로는 국가가 무너지는 사태로까지 이어졌음을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세금은 권력을 쥔 정복자나 통치자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국민이 납세의무를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조세 부담이 공평하게 배분돼 있어야 한다. 또한 세무행정 측면에서 국민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금 부담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공평한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왔지만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공평의 기준이란 나라와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세금이 공평한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 다수의 의견을 모아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며 사회가 변화해감에 따라 그 기준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공평한 조세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매년 세법개정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은 그 성과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사업자의 30%인 약 170만명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로서 연평균 매출액을 18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신고하는 현실, 의도된 정책 목적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수많은 비과세 감면제도가 끊임없이 확대 지속되는 현실, 그리고 업무용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과 같이 사적인 소비활동을 많은 사람이 업무용으로 신고해 비용공제를 받는 현실 등은 보다 합리적인 개선의 여지를 안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국민 모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국민이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무행정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납세자들에게 각종 세정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쉽고 간편하게 세금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세무조사와 같은 강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납세자들의 성실한 의무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 시스템은 가히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가 작년 1년 동안 어떤 소득을 얼마나 벌었고 또 의료비와 보험료, 교육비 등과 같은 각종 비용은 얼마나 지출했는지 등 소득세 신고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자료가 연말정산 사이트를 통해 납세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우리가 기재해야 하는 내용까지 신고서 양식에 미리 제공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조세제도가 만들어지고, 친절하면서도 효율적인 세무행정 서비스가 제공돼야 국민은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다. 이렇게 조달된 재원은 국가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효과적으로 지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이다. 연말정산의 달인 1월을 맞으면서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나 세무행정이 한 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국세행정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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