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국 ‘성적은 재력 順’?… 서울대 김세직·류근관 교수 논문으로 입증된 ‘수저론’ 기사의 사진
‘흙수저’ ‘금수저’ 등 부모의 재력을 뜻하는 ‘수저 색깔’이 서울대 입학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입시제도에서 서울대 입학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달려 있다는 연구논문이 서울대에서 나왔다.

이 논문은 각종 통계와 분석을 통해 부모의 경제력이 클수록 서울대 입학 확률이 높아진다고 결론짓고, 부모의 경제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치장(治粧)’한 학생을 입시제도가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겉보기에 ‘완성된 인재’를 뽑을 뿐 ‘진짜 인재’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직·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 최근호에 실렸다. 두 교수는 서울 강남구 고등학생의 서울대 합격률(최초 합격자 기준)이 강북구의 21배, 서울지역 외국어고·과학고는 일반고의 15∼6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2014년 내놓았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이다.

연구진은 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난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구별로 서울대 합격확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학생의 능력을 기준으로 추산한 ‘가상의 합격확률’은 구별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구별로 학부모의 소득, 소득과 지능, 지능과 유전에 관한 상관관계를 교차 분석해 학생 본연의 잠재력을 일컫는 ‘진짜 인적자본’ 추정치를 산출했다. 잠재력이 같은 학생들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노력)은 같다고 가정했다. 이어 ‘진짜 인적자본’ 추정치에 전국 상위 0.5%라는 서울대 합격선을 적용했다. 다만 계산된 수치는 잠정적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그랬더니 서울대 합격확률(일반고 기준)이 가장 높은 강남구(0.84%)와 가장 낮은 강북구(0.50%)의 차이는 1.7배에 불과했다. 학생의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경우에도 강남구 학생들이 강북구 학생들보다 서울대에 합격할 가능성이 다소 높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4년 실제 입시에서 강남구의 서울대 합격률은 2.07%로 강북구(0.11%)보다 20배가량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현재의 교육·입시제도가 잠재력이 높고 진짜 실력이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는 데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생 고유의 실력을 평가하고 있다면 진짜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도출한 합격확률과 실제 합격률 사이에 차이가 작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용하는 수능 성적, 스펙, 출신 고교 생활기록부 등의 간접지표를 사교육, 선행학습, 특목고 진학 등으로 꾸며질 수 있는 ‘겉보기 인적자원’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치장법(治粧法)’은 부모의 경제력과 직결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 선행학습 정도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3.5%에 이른다. 이에 반해 100만원 미만 가구는 32.1%에 그쳤다.

연구진은 “현재의 교육 및 입시제도에서 일부 학교·지역·계층의 학생에게 서울대 합격자가 쏠리는 것은 겉보기 인적자본과 진짜 인적자본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며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효율성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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