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혁면] 안전에 대한 책임 강화해야

입력:2016-01-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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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근로자의 산재예방 대책 시급해…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빨리 처리하기를

[기고-권혁면] 안전에 대한 책임 강화해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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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 때의 일이다. 심각한 흉년이 들어 한양의 쌀가격이 치솟아 식량 사정이 어려워졌다. 조정에는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상소가 빗발쳤다. 그러나 연암(燕巖) 박지원은 정반대 주장을 했다. “시장가격을 통제해 쌀의 매매에서 이익이 없다면 상인들이 쌀을 한양으로 가져오지 않아 식량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정조대왕은 연암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식량문제는 얼마 가지 않아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익(私益) 추구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일의 성과를 자신이 가져갈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도 사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사회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여기 경북 구미에서 일어났던 불산 사고처럼 화학물질이 누출되면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주는 화학공장이 있다. 최고 경영자가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안전투자 예산 확보는 원활치 않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공장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가정과 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사는 근본적인 안전보건 시스템 개선 없이 사람만 바꿔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 시 지역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공장에서 사고예방 활동은 공익(公益)에 해당한다. 때문에 비록 그 방법이 공익을 위해 사익을 다소 제한하게 될지라도 위험의 생산자가 안전에 실질적인 관심과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문제가 범국가적 이슈로 등장했다.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대형사고 발생 시 하도급 근로자 피해가 해마다 증가해 사망비율이 2012년 37.4%에서 지난해 4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 하도급과 관련해 하도급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원청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안전보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고,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제도를 개선하고, 근로자 작업대피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시스템도 보다 튼튼해질 것이다.

안전보건은 근로자, 즉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 하루 빨리 입법을 완료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은 결국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이다.

임시국회 회기가 8일까지다. 이번 회기 내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안전(安全)은 공익의 대표적인 요소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면서 100년 넘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는 세계적인 기업을 보면 안전투자가 결국은 연암 선생이 강조한 사익의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권혁면 산업안전보건硏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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