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오일달러 떨어진 사우디-핵타결 된 이란… ‘2강 균형’ 깨진 중동의 새판짜기 파열음 기사의 사진
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 근처에서 6일 밤(현지시간) 폭격에 의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자국 대사관을 고의로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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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자국 대사관 방화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이란에 대해 외교관계 단절, 무역 중단,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자 이란도 7일 사우디 물품 수입 금지에 이어 사우디 메카로의 ‘성지 순례’까지 금지시켰다. 이런 식의 양측 ‘보복전’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유가가 지금보다 내려갈 경우 더 큰 충돌로 치달을 수도 있다.

양측이 대립하는 이유를 따져보면 결국은 ‘돈’과 ‘패권 다툼’이라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우선 돈 문제부터 따져보자. 양국이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한 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가 지난 2일 시아파 지도자를 비롯한 자국민 47명을 테러 혐의로 사형시킨 직후였다. 그런데 사우디가 왜 47명 집단처형이라는 강수를 썼을까. 사우디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물론 서방국가들로부터 사형 집행 반대 요구를 받아왔다.

사우디의 사형 집행은 무엇보다 자국민에 대한 ‘기강 잡기’라는 해석이 많다. 이런 해석의 배경에는 사우디의 ‘돈 사정’이 극도로 안 좋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100달러 이상이던 유가가 30달러대로 추락하자 극심한 재정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만 980억 달러(약 117조원)의 재정 적자가 났다. 사정이 이러하자 사형 집행 4일 전 연료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자국 내 휘발유 가격을 최고 67%까지 올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국민들의 불만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우디는 공공서비스 요금이나 부가가치세 인상 등 추가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어 내부 불만은 앞으로 더 커질 게 뻔했다.

이에 사우디 왕실은 ‘엄정한 법 집행’으로 내부 불만을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2011년 민주화 열기인 ‘아랍의 봄’이 휩쓸 때 사우디 왕실은 각종 복지정책 확대로 국민들의 불만을 달랬다. 하지만 국민들이 다시 들고 일어서면 더 이상 제시할 ‘당근책’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칼’로 다스리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처형시킨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르크 알님르는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지도층을 비판하며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곧 ‘왕실에 도전하면 반드시 처형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안이다. 다행히 양측은 국방력 등이 비슷해 힘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란 핵협상 타결에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취해질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조치는 이런 균형을 깰 가능성이 높다. 이란 인구는 7800만명으로 사우디(3080만명)의 배가 넘는다. 거대한 내수시장이 갖춰진 데다 석유 수출과 서방 사회의 투자 열기, 관광 확대까지 더해지면 이란은 더 이상 사우디와 양강(兩强)이 아닌 1강(强)으로 올라서게 된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친(親)이란 행보를 보이며 이란과의 교역 확대에 나섰다.

사우디가 수니파 국가들을 총동원해 ‘반(反)이란 전선’을 구축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의 돈 사정이 넉넉해지면 각국의 시아파를 더 많이 지원할 수 있게 돼 다른 수니파 국가들도 미래의 체제 안정을 위해 사우디와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자칫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까지는 치닫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인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전혀 예상하지 않는 일”이라고 답했다. 어쩌면 전쟁을 벌일 여력도 없을지 모른다.

손병호 차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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