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올해 첫 ‘이달의 스승’ 이천영 “교사의 힘은 아이들… 진정으로 좋아하고 보듬어야”

편지로 소통하며 사제의 情 이어간, 올해 첫 ‘이달의 스승’ 이천영

[인人터뷰] 올해 첫 ‘이달의 스승’ 이천영 “교사의 힘은 아이들… 진정으로 좋아하고 보듬어야” 기사의 사진
42년간 사람됨을 몸으로 가르치는 스승(人師)이었던 이천영씨는 “새를 하늘로 날려 보내듯이 교육도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천=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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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교사 수난시대다. 학생이 빗자루로 교사를 툭툭 치고, 이를 다른 학생이 “특종”이라고 킥킥 웃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세상이다. 교사는 학생이 두렵고 학부모가 무섭다고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교육부의 ‘연도별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확인된 교권 침해는 총 2만6411건에 달한다. 유형별로 보면 교사를 상대로 한 폭언과 욕설이 62.4%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으로 수업 진행 방해(21.0%), 폭행(1.7%), 성희롱(1.4%) 순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412건이나 된다.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15세 청소년을 상대로 한 장래희망 직종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교사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터키 다음으로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 선택을 후회한다는 비율이 OECD 중 가장 높다. 아이러니한 ‘미스 매치’다.

교권 침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육 당국은 이런저런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교권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권을 위한 정책을 면밀히 추진해 선생님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2012년 시작해 실행 5년차를 맞은 교권 보호대책조차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별반 기대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그때뿐이고 결국 각종 대책이 헛바퀴만 돌고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고 우려한다. 이게 바로 우리 학교 현장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이런 서글픈 현실을 누구보다도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중국 역사가인 사마천은 ‘글을 가르치는 스승(經師)은 만나기 쉬워도, 사람됨을 몸으로 가르치는 스승(人師)은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4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3년 전 교단에서 내려온 이천영(64)씨가 ‘인사(人師)의 전형’이다. 제자들에게 그는 ‘삶이 있는 교육으로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준 선생님’ ‘학생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길을 안내해준 노란깃발 같은 선생님’ ‘언제나 열정적인 뚝배기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돼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제자들과 20여년 동안 편지로 소통했고, 퇴임 후에는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손수 농사지은 옥수수와 쌀 등을 나눠주며 사제의 정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첫 ‘이달의 스승’으로 그를 선정한 이유다. 교육부는 스승 존경 풍토 조성과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 퇴직 교사의 미담 사례를 매월 발굴해 ‘이달의 스승’으로 알리고 있다. 지난 7일 그를 찾아 위기에 놓인 한국 교육 등을 물어봤다.



-요즘 교사들의 지위가 예전만 못한데.

“최근 뉴스에 나온 매 맞은 선생님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안타깝고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상이 극히 일부 학교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예전의 아이들에겐 순수함이 있었다. 교사를 따르고 예의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에겐 그런 점을 많이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교육이 바르게 되려면 교권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본다. 책임이 있으면 그에 맞는 권한도 충분히 주어져야 학교 현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가르치는 일이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겠는가. 사명감으로 열정을 다한다면 즐거운 일과 보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는 학생들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보듬어줘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고 격려하는 그런 교사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사의 힘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에 교사의 힘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1명이라도 제자를 잘 길러내면 그 제자들이 바로 교사의 힘이 된다.”

-편지쓰기를 통해 제자들과 소통한 것으로 유명한데.

“한 선배교사로부터 새해 초에 반 아이들 모두에게 엽서를 보낸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시작하게 됐다. ‘12월 1일부터 매일 1∼2명에게 엽서로 덕담을 써서 29일쯤 부치면 새해 첫날 아이들이 엽서를 받게 된다’는 얘기가 마음에 확 다가왔다. 그래서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처음엔 짧은 덕담으로 시작한 엽서는 고민거리를 털어놓은 편지로 이어졌다. 20여년간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가 수천통이 넘는다. 성적 고민부터 인생 상담까지 다양했다. 학생들이 답장을 보내고 내가 다시 답장을 쓰면서 시작된 편지 이어쓰기는 제자가 성장해서는 인생의 고민을 털어놓는 창구가 됐다. 요즘 같이 삭막한 세상에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편지 사연들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2006년 책으로도 출간했다. ‘무심한 시간은 물처럼 흘러도 그리운 정은 샘처럼 솟는다’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 속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온기와 그윽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제자들은 지금도 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중등교사가 된 한 제자는 스승을 이렇게 얘기한다. “정감 있는 편지를 써주시며 각자 꿈을 키워주시고 진로를 생각해 보도록 하셨지요. 졸업 후에도 잊지 않고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근황을 파악하고 제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알아보시는 분이에요. 어려움을 겪는 제자에게는 위로의 편지를, 성공한 제자에는 격려의 편지를 보내셨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는지.

“초임 시절 충북 제천 금성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했을 당시 만났던 한 제자가 생각난다. 교직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제자이기도 하다.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다는 말을 해서 부모님을 찾아가 배움의 중요성을 간곡히 말씀드리고 설득했다. 이후 중학교에 진학하고 공업계열 고교에 입학해 지금은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졸업 후 자리를 잡고 찾아와 삶의 분기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늘 하고 있는 제자다.”

-학생 개인별 ‘성장 카드’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파랑새 교실’도 운영했는데.

“예전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지만 학업능력과 적성·특기에 따라 개별화된 지도를 위해 성장 카드를 만들어 활용했다. 학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도라고 할까. 식물에 관심 있는 아이에겐 관찰일기를 써보라고 했고, 운동을 좋아하고 태권도에 역량이 있는 아이에겐 기량을 닦게 해서 대회에 출전하게 했다. 벽지학교에 근무할 때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나 방학기간에 파랑새 교실을 운영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는데.

“2003년 올해의 스승에 선정되면서 상금 1000만원을 덤으로 받았다. 유익한 일에 쓰자고 고민하다 ‘동암꿈나무 장악회’ 결성으로 이어졌다(동암은 그의 호다). 현직 때는 해마다 4명씩 총 120만원을, 퇴직 후에는 매년 1명씩 30만원을 주고 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여유를 줘야 한다. 아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새를 사랑한다는 말은 새를 붙잡아 놓겠다는 게 아니라 하늘로 날려 보내겠다는 의미다. 교육이란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천영 선생님은…

교직을 떠나는 날까지 삽자루와 분필을 놓지 않았다. 동료 교사는 “퇴직이 가까웠음에도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 나무를 손질하고 낙엽을 정리했다. 또 교단을 내려오는 그날까지 분필을 손에 놓지 않았던 선생님”이라고 회고했다. 그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주위에서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도리라고 여겼다. 2003년 ‘올해의 스승상’을 받았고, 2013년 황조근정훈장을 수상한 뒤 그해 명예퇴임했다.

제천=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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