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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돈〓행복 ‘비례 법칙’ 안 통한다

강은택 서남대 교수 분석… 1인 가구 年 8800만원일 때 삶의 만족도 최고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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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벌어야 가장 행복할까?’

대중의 오래된 관심사다. 자본주의가 일찍 발달한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소득과 행복감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교수는 프린스턴대 동료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함께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국민은 소득이 늘어나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연봉 7만5000달러(약 9065만원)를 넘으면 행복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행복도에 소득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보고서는 최근까지 없었다.

강은택 서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은 국내 최초로 소득과 삶의 만족도 관계를 분석해 지난달 ‘지역의 소득과 주관적 삶의 만족도 관계 분석’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한국노동패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설문 대상이 1만3036명으로 풍부하고, 소득과 삶의 만족도를 동시에 묻는 국내 유일 조사다.

분석 결과 한국의 경우 연간 소득 약 8800만원까지는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만족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고플 때 밥숟가락을 처음 입에 넣으면 만족감이 높지만 점점 밥을 먹을수록 만족감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득 8800만원이 행복감의 ‘포화점’인 것이다. 소득은 근로소득, 이자소득, 기타소득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가구원 수를 고려해 행복감 포화점을 조정하면 1인 가구는 8800만원이지만 2인 가구는 1억2445만원, 4인 가구는 1억7600만원이다. 가족은 구입한 물건을 공유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8800만원에 가족원 수의 루트(√)값을 곱해 가구 소득을 산출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연간 평균 소득은 1인 가구는 1811만원, 2인 가구는 3418만원, 4인 가구는 5698만원이었다. 행복감 포화점에 한참 모자란 액수다. 강 교수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서는 저소득층 지원의 효과가 다른 계층에 비해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소득이 행복도 상승에 절대적 조건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분석은 소득 외 변수의 영향은 모두 제거하고 행복감과의 상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다른 요인이 작용할 경우 행복감 측정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가 다른 요인들도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예상처럼 건강상태가 좋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종교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있는 경우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행복도가 높았고 주거 형태별로는 자가, 전세, 월세 순으로 행복도가 높았다. 행복도를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분석한 바 있는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요인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제 수준 향상이 곧 행복의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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