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다시 갈등] 대타협 왜 깨졌나… 이중구조 개선은 뒷전 ‘해고’ 부각에 뒤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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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타협의 직접 당사자다. 협상을 이끈 노·사·정의 한 주체인 만큼 대타협을 파기하는 것은 자기부정에 가깝다. 한국노총이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 파탄’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부담을 반영한다. 정부가 그동안 법 개정안과 2대 지침 등을 일방추진 한 탓에 대타협 정신이 깨진 것이지, 한국노총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한국노총이 대타협에 대해 파탄·파기를 운운할 입장이 아니라며 압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한국노총 중집 결과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한국노총은 대타협 파기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라 적극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양측이 명분과 책임을 놓고 다투는 사이 노동 현장에서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반해고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가이드북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현장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의 갈등과 부당해고 구제 소송 등은 어느 해보다 극심할 전망이다.

◇노·정, 결국 무엇 때문에 갈라섰나=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9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을 선언했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문에 담긴 사항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각 주체들의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정부가 대타협 후속 작업으로 추진한 노동 5법부터 벽에 부닥쳤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산재보험 기준 등의 개정을 담은 3대 법안과 함께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하는 기간제법 개정안,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노동계가 막판까지 합의하지 않은 사항이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내용을 법안에 포함한 것부터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야당도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했고, 노동 5법은 패키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이 노동개혁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에 대해서는 후속 논의를 국회에서 반영하기로 한 만큼 일단 상정한 뒤 여야 간에 충분히 논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1월 말이나 2월 중에라도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관련법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 5법 추진의 근거가 되는 대타협 자체가 흔들리면서 관련법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타협을 인정하지 않아온 야당의 노동개혁 반대 명분을 더 키우는 꼴이 된다. 2월부터는 국회가 총선 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열려도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일반해고·취업규칙변경 문제, 노사 현장 갈등 불가피=2대 지침의 경우 애초부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노동 현장에서 불법 해고가 있거나 노사 간 다툼이 발생해 지방노동청 등에 분쟁이 접수될 경우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내부 지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2대 지침을 분명히 하고자 한 가장 큰 이유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불명확한 해고로 인한 근로자 피해를 줄이는 반면 노조가 강한 대기업의 경우 해고 합법성을 명확히 해주는 양날의 칼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가 2대 지침을 원천 무효화하지 않으면 노사정위 탈퇴 등을 강행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결국 2대 지침을 추후 노동계의 투쟁 근거로 삼겠다는 얘기다. 양대 노총은 이미 정부가 2대 지침을 확정해 시행할 경우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침이 없으면 노사 현장에서는 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초안이 발표된 이상 현장에서는 그 초안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태에서 정부 초안을 백지화하고 무기한 논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해온 한 공익위원은 “2대 지침 문제는 결국 현장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 “정부가 지침을 근거로 해고 적법성 등을 판단한다 해도 다시 소송을 내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결국 갈등의 시간을 겪어야만 해소될 문제”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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