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언저리 맴도는 ‘韓食’… ‘寒食’ 되기 전 태국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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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비비고 웨스트우드점에서 현지인들이 한식을 즐기고 있다. CJ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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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푸드 브리또와 타코 등을 메인메뉴로 선보이고 있는 '치폴레'는 글로벌 톱10 식음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베트남 음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성장한 '포호아' 역시 미국 브랜드다. 음식의 종주국은 있어도 음식의 해외 진출은 별개임을 보여주는 글로벌 외식시장의 단적인 예다. 원조 음식에 특정 국가의 문화가 깃들여져 새로운 식문화가 형성되기 때문에 '음식 종주국'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통할만한 음식을 놓고 각 국가별로 음식 브랜드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 3.7배 외식시장, 미래 먹거리로 주목=거대한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글로벌 외식시장은 포스트 제조업 시대의 주요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외식시장은 4800조원 규모로 IT(2700조원)의 1.7배, 자동차(1302조원)의 3.7배에 달한다. IT기업은 비교적 수명이 짧은 반면 외식기업은 브랜드 정착 이후에는 장기간 지속되며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이 10년 후에도 생존한 확률(2013년 말 기준)은 63.8%에 불과했지만, 식품관련 기업은 88.5%, 외식 전문기업은 100% 생존했다.

글로벌 톱3 외식기업(맥도널드·얌·스타벅스)은 최근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모두 20%를 상회하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식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국가 브랜드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국내 식품·식자재·인력 수출까지 확대되는 등 경제낙수효과도 크다.

그러나 국내 외식산업의 규모는 미약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외식기업이 전무하고, 상장된 식품사 557개 매출액(69조)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의 60%에 불과하다. 식품 수출액 또한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업종 대비 10% 미만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태로운 한식 위상=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한식의 위상도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미 비빔밥, 갈비, 김치 등이 해외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표기법으로 기재되는 사례가 많다. 영세 식당 위주로 한식이 확산되다 보니 표준화된 레시피 보급이 미흡해 맛의 왜곡도 심한 편이다.

일본, 동남아 등 외식 브랜드에서 한식을 자국 음식처럼 변형해 취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해외에만 650여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일본 K레스토랑의 경우 전체 취급 메뉴 중 50∼80%가 갈비, 비빔밥 등 한식이다. 인기 메뉴 중에는 ‘스키야키 비빔밥’, ‘김치 스키야키’ 등 일본화 시킨 한식 메뉴들도 눈에 띈다. 비빔밥은 일본식 표기인 ‘비빔바(ビビンバ)’로 통용되고 있으며, 레스토랑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불고기를 변형시킨 ‘야키니쿠’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태국·베트남 사례 통해 글로벌 한식의 방향 배워야=태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한식이 세계시장을 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세계 4대 음식으로 성장한 태국식의 경우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며 국내시장을 키우고 식문화 전파를 넘어 자국 농수산물 수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태국 왕실요리를 표방하는 블루 엘리펀트는 외국인 대상 요리학교를 운영하고 누구나 태국요리를 집에서 만들 수 있게 레시피와 재료를 담은 패킷을 팔기도 한다. 해외 매장은 식재료는 물론 소스와 소품까지 모두 직접 태국 본사에서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태국의 식재료 수출은 2001년 35억 달러에서 2012년 120억 달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태국 GDP(2012년 3771억 달러)의 3.2% 수준이며, 2012년 한국 식재료 수출액(21억 4700만 달러)의 6배 규모이다

반면 베트남전쟁 이후 각 지역으로 흩어진 ‘보트 피플’에 의해 세계화가 진행된 베트남 음식은 체계적으로 자국 음식을 세계화시킬 주요 기업이 없다보니 글로벌 기업들에게 시장은 내주고 말았다.

규제의 틀에 갇혀 성장 정체된 한식=국내 외식산업의 경우 적합업종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저성장 속에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몇몇 기업은 국내에서 멈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무리한 해외 진출을 추진하다가 수익성 악화에 빠지기도 한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 기업 중 다점포 브랜드는 치킨 등 비(非) 한식 카테고리가 대부분이다. 한식의 경우 지난 10년간 여러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공했다고 평가할만한 기업이나 브랜드가 없다. 그나마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CJ의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 역시 2010년 론칭 이후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비고를 운영중인 CJ푸드빌은 해외법인에서 수년째 수백억원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자본금(729억원)을 다 잃고 자본총계 마이너스 14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14일 “단순한 밥집이 아닌, ‘전 세계에 한국의 식문화를 전파한다’는 사명감 없인 지속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외식산업 관계자는 “국내 외식기업들은 여전히 절대적인 ‘글로벌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각에 갇혀 각종 출점 제한 등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한식의 종주권을 지키고 외식 산업을 세계화할 수 있는 대표기업 육성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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