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눈에 쏙쏙∼ 영성이 쑥쑥∼ 교회 이름이야, 카페 이름이야?

교회 이름 짓기 어떻게 변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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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나 동호회 명칭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교회 이름이다. 예전에는 교회가 있는 지역이나 교단 이름을 따 교회 이름을 짓곤 했다. 서울의 ‘정동제일교회’와 ‘남대문교회’ 부산의 ‘초량교회’나 ‘부산진교회’ ‘대구제일교회’ ‘광주양림교회’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1980∼90년대 교회 작명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지역 이름 탈피현상이 두드러졌다. 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명과 교단명만으로는 신규 교회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엔 목회 철학과 구성원의 특성을 담아내는 교회 작명이 유행했다. 한국교회 이름의 변천사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주요 교단 교회 이름으로 ‘한국교회 이름 변천사’를 살펴본다.



80년대부터 형용사·동사 이용한 이름 선호

한국 개신교 최초의 자생교회는 1885년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에 세워진 ‘소래교회’다. 송천(松川)의 우리말 표현인 ‘솔내’에서 유래됐다. 이후부터는 세워진 곳의 지명을 교회 이름으로 썼다. 한 마을에 교회가 2개 이상 될 경우엔 지명 뒤 교단명이나 ‘중앙’ ‘제일(第一)’을 붙였다. 유서가 깊은 교회 이름에 ‘중앙’이나 ‘제일’이란 표현이 많이 들어간 이유다. 교회 이름에 ‘제이’ ‘제삼’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회 이름에 지명을 넣는 작명법은 성경에 나온 초대교회의 방식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 예루살렘교회 등은 모두 지명에서 비롯됐다.

그러다 ‘한국교회 부흥기’ 정점이던 80∼90년대엔 새로운 작명법이 등장한다. 지역과 교단 이름에서 탈피, 형용사나 명사에 조사를 붙여 이름을 짓는 교회가 생긴 것이다. 이후부터는 교회 이름으로 ‘사랑하는’ ‘예쁜’ ‘행복한’ ‘기쁨의’ ‘영화로운’ ‘주님의’ ‘함께하는’ 등의 수식어를 사용한 경우가 크게 늘었다.

서울 성북구의 ‘재미있는교회’ 이재은 목사는 “어린 시절 교회는 ‘놀이터’이자 ‘재미있는 공간’이었다”며 “다음세대에게도 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경험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지 교회로 전화를 해 ‘교회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셨다”며 “이름 덕에 신앙의 침체기를 겪는 가나안교인이나 신앙이 전혀 없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적지 않게 봤다”고 말했다.

‘온누리’ ‘하늘’ ‘샘’ ‘새누리’ ‘다솜’ 등 순우리말을 쓴 교회 이름도 이즈음 보편화됐다. 서울 양천구의 ‘도토리교회’는 도토리가 구휼식품이자 해독식품인 것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으로 생명을 살리고 타락한 세상을 정화시키자는 의미에서다. 또 ‘도토리 키 재기’란 말처럼 누구나 하나님 없이는 연약한 존재라는 뜻도 담았다.

기성교회와 겹치지 않으면서 참신한 이름을 찾다보니 교회 이름에 수식어를 붙인 경우도 있다. ‘갈릴리호수가예수님의교회’ ‘행복이더해지는시온성교회’ ‘즐겁고행복한교회’ 등이 독창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이름을 지은 사례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등 대형교회의 이름을 차용해 교회 이름을 짓는 경우도 늘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교단 소속 8700여 교회 중 이름에 ‘사랑’이 들어간 건 232곳이다. ‘소망’이 들어간 교회는 163곳, ‘온누리’는 33곳에 달한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과 교수는 “90년대 이후 교회의 지역성이 약화되면서 개척교회들이 대형교회의 브랜드를 교회 이름에 반영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당시 대형교회의 이미지가 좋았고, 한국교회 성도들도 이를 선호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 설명했다.



2000년대 교회 공동체 특성과 개성 강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교회 이름에 목회나 공동체 특성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엔 대형교회의 반작용으로 촉발된 ‘작은 교회 운동’과 ‘선교형 교회(Missional Church)’ 운동도 영향을 미쳤다. ‘가까운’ ‘OO공동체’ ‘동네작은’ ‘웨이처치(way church)’ 등의 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 ‘동네작은교회’의 김종일 목사는 지역에서 가정교회 형태의 예배 공동체를 이끌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 김 목사는 “교단 노회에 교회 등록할 때 한 어르신이 ‘이름에 작은 교회란 표현이 들어가면 어떡하냐. 크게 해도 모자랄 판인데’라 하며 우려하셨다. 그런데 의외로 젊은층이 교회 이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요즘엔 거창한 목표나 비전보다는 기억에 남거나 사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이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배당 없이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예배공동체를 이끄는 웨이처치 홍준기 목사는 구성원의 특성을 반영해 교회 이름을 지은 경우다. 홍 목사는 “홍대를 찾는 젊은층을 사역 대상으로 삼다보니 이들 정서와 잘 맞으면서도 의미가 있는 이름을 찾다 아예 영어로 교회 이름을 지었다”며 “전도를 하다보면 교회 이름의 뜻을 묻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카페 교회’가 새롭게 시도되면서 다소 부드러운 느낌의 교회 이름도 점차 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카페 교회 ‘예쁜손을향한교회’는 ‘착한 소비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예쁜 손이 되자’는 의미가 담겼다. 이 교회 박재찬 목사는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손이 예수를 닮은 손’이라는 생각에 교회이자 카페 이름을 지었다”며 “교회 간판도 손의 한자인 ‘수(手)’를 넣어 얼핏 보면 ‘예쁜 손’이 ‘예수’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회 이름 변천사가 한국교회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봤다. 민경배 백석대 석좌교수는 “교회 수가 많아지면서 이름에 지명을 넣을 수 없게 된 게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교회가 지역성을 띠지 않으니 결국 구성원의 목표나 다소 추상적인 표현을 이름에 넣게 된 것”이라 했다. 정재영 교수 역시 교회가 지명을 쓸 수 없는 현실에 동의했다. 그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지역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짓더라도 지역성과 목회 철학, 공동체 의견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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