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동문전 ‘한국의 YBA’ 떴다… 24일까지 2주간 ‘제3지대’ 기획전 기사의 사진
‘제3지대전’은 주류를 전복시키는 대안의 흐름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흥미롭게도 모두 경원대 미대 출신이다. 왼쪽부터 이환권·김기라·조습 작가, 윤범모 교수, 윤상렬·홍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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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s)도 사실 동문전(展)으로 시작해 유명해진 거 아닌가요? 우리도 한국의 YBA를 만들고 싶은 거죠.”

‘가장 비싼 중견 작가’ 홍경택(48)은 이번 전시가 ‘경원대(현 가천대) 미대’ 동문전 성격임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주간 열리는 기획전 ‘제3지대’에 대해서다. YBA는 2000년대 들어 영국은 물론 세계 현대미술을 이끄는 주류로 급부상한 일군의 작가 그룹을 말한다. 출발은 ‘보석 박힌 해골’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가 골드스미스대 재학 중이던 1988년 기획한 동문전 ‘프리즈’였다.

그러고 보니 그를 비롯해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등 11명의 30, 40대 참여 작가 모두 이 대학 출신이다. 전시총감독도 윤범모(65) 가천대 교수다. 윤 교수는 “1990년대 들어 출신 대학 중심의 화단 형성이 흔들리면서 한국 현대미술이 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비엔날레 같은 국제무대에서는 작가의 출신학교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제3지대라는 대안적 존재의 출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제3지대 중심에 ‘경원대 미대’가 있다는 얘기다.

동문전은 끼리끼리 문화의 온상으로 비난받는다. 이번 전시는 동문전임에도 동문전의 폐단을 넘어서는 시도라는 역설이 있다. 미술계는 1950년대 이후 서울대 중심의 민중미술과 홍대의 단색화 등 양 진영이 장악했다. 견고한 틀을 뚫고 비주류인 경원대에서 미술계의 기린아들이 줄줄이 나왔다. ‘연필 팝아트’ 작가 홍경택의 그림값은 10억원에 육박하고, 납작 눌려진 인물조각으로 유명한 이환권의 작품 값도 억대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 작가 임흥순도 이 대학을 졸업했다.

윤 교수는 이를 가능케 한 교육환경을 “자애적 방목주의”라 칭하며 “수업에서 하지 마라는 말, 즉 노(NO)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환권(42) 작가는 “미술 수업은 시키는 대로 하는 도제식이 많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없이 가지치기만 해줄 뿐이라 오히려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고 했다. 임흥순, 조습 같은 사회성 짙은 작업에서 조형성을 추구하는 함진의 미세조각에 이르기까지, 이 대학 출신 작가들이 어떤 경향성을 갖기보다 개성이 다양한 이유다.

전시도 주제 없이 개인전처럼 꾸미도록 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까지 전시공간은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이 대관료를 받지 않고 빌려줬다. 경기도미술관에서는 2월 19일부터 4월 5일까지 이어진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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