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유럽 3개국 청소년 직업체험 정착 학교·기관·기업 협력의 산물” 기사의 사진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교육 칼럼니스트인 양소영씨가 18일 "학생들의 진로·진학상담을 병행하고 있는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의 교육제도를 취재한 결과 자유학기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우리나라는 올해 중학교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 가운데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한다. 자유학기제는 지필고사 부담을 없애고 학생이 진로탐색, 예술·체육, 체험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자유학기제가 잘 운영된다면 사전에 학생의 적성과 재능, 꿈과 끼를 파악해 바람직한 진학·진로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교육당국·학교·기관·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에서 학교·기업·기관·학부모·학생을 취재한 양소영씨를 18일 만나 자유학기제의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럽 3개국을 방문한 이유는.

“자유학기제는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의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해 만든 제도다. 국내에 자료가 없어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덴마크의 진로·진학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학생들은 공립 초·중등학교인 폴케스콜레 9학년을 마치면 일반 고교나 직업학교로 진학한다. 하지만 진로·진학 준비가 부족한 9학년 학생의 경우 일반 교사와 가이던스 카운슬러(진로·진학 상담교사)가 협의해 10학년을 거치도록 결정한다. 자발적으로 10학년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10학년 학생들은 일반 교사와 가이던스 카운슬러의 지도를 받으며 직업체험에 참여하고 부족한 교과목을 보강한다. 9학년을 마치고 애프터스쿨이라는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도 있다. 애프터스쿨은 일반 학교에 비해 실용예술을 강조한다. 덴마크 애프터스쿨 250곳에 2만8500명이 재학하고 있다. 애프터스쿨은 무상인 공립학교와는 달리 개인이 학비를 내야 한다.”



-덴마크에 진로지도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있는가.

“학교에 가이던스 카운슬러를 파견하는 유스 가이던스 센터가 있다. 시센터 52곳, 지역센터 7곳이 있다. 센터는 직업체험장을 제공하는 기업의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가이던스 카운슬러의 역할이 중요한가.

“물론이다. 가이던스 카운슬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 진로·진학상담 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 이상의 직업 경험도 해야 한다.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 가이던스 카운슬러가 학생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전문성 있는 사람에게 진로·진학상담의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에서는 일반교육과 진로지도가 이원화돼 있는가.

“일반 교사가 수업과 진로지도를 병행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04년부터 일반교육은 교사, 진로지도는 가이던스 카운슬러가 맡고 있다. 가이던스 카운슬러는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생의 진로상담을 하고 직업체험을 돕는다. 일반 교사는 가이던스 카운슬러가 자신의 협력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학생의 직업체험과 직업교육에 도움을 주는 단체는.

“덴마크 노동조합과 상공회의소를 들 수 있다. 노동조합은 학교를 방문해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 단체협약, 근로계약서 작성법 등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방문해 교육을 받기도 한다. 상공회의소는 학교의 직업교육이 현장과 괴리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또 학교를 찾아가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덴마크의 모든 직업학교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학생의 직업체험을 돕는 기업도 많을 텐데. 대표적인 곳은.

“북유럽에 많은 지점을 두고 있는 스칸딕 호텔은 폴케스콜레 8∼9학년 학생들이 1주일 동안 객실 연회장 주방 등에서 여러 가지 직무를 체험하게 한다. 전문 직업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도제식 훈련을 받기도 한다.”



-영국 갭이어는 어떤 교육과정인가.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 1년간 직업체험, 여행, 자원봉사, 지역사회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독립심·책임감 등을 체득토록 하는 과정이다. 선택과정이지만 교육부가 학생에게 장려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영국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비영리 공익재단인 ‘교육과 고용주 재단’은 각 분야 리더들의 후원 아래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각 기업으로부터 1만5000여명의 멘토를 지원받아 학생 25만여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와 기업은 무료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직업체험 활동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유통업체 ‘세인스버리’를 들 수 있다. 해마다 영국 15세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2주간 진행한다. 사전에 학생의 관심사항을 조사해 관련 부서에 배치한다. 이 회사는 소외계층 및 장애인을 위한 직업체험도 1년에 4주간 시행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2만4000명이 참가했고, 4000명이 취업했다.”



-소외계층의 직업체험에 도움을 주는 기관은.

“영국 법률가 협회인 ‘로 소사이어티’를 들 수 있다. 로 소사이어티는 영국 로펌 50%와 연계해 ‘프라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소외계층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진로·적성 탐색, 이력서 작성, 면접 요령, 협상·소통 능력 향상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직업체험 반응은.

“영국 의회에서 활동한 케이트가 생각난다. 커피나 타고 복사나 할 줄 알고 출근한 케이트는 지역주민의 민원을 듣고 연설문을 작성하는 등 전문적인 일을 배우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안목을 키웠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를 언제 시작하고 무슨 교육을 하는가.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하기 전 1년간 전환학년제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교내에서 기본·선택과목을 배우고 학교 밖에서 직업체험을 한다. 수많은 기관·기업·단체가 학생들에게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직업체험은 기본적으로 한 번에 5일 이상, 1년에 두세 번 실시한다. 직업체험을 여러 번 해야 학생의 적성과 장래 직업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환학년제를 선택하는 학생 비율은.

“약 70%에 달하고, 수도 더블린에서는 90%를 넘는다. 학생·교사·학부모의 반응이 좋다. 아일랜드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 전환학년제를 경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성숙도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프로그램은.

“구글의 유럽 지역 본사인 구글 아일랜드는 소외계층 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학생을 선발해 4일간 하루 8시간씩 집중적으로 직업체험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유튜브 제작, 개별 컨설팅, 모의 인터뷰 등 다채로운 활동을 체험한다.”



-3개국 기업이 학생의 직업체험에 적극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비용이 들고 불편한 점도 많을 텐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의 직원이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 시장 및 잠재 수요에 대한 정보나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중학교 저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데, 적절하다고 보는가.

“자유학기 기간에 직업체험을 하는데, 중학교 저학년은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기엔 약간 어린 나이다. 유럽은 보통 15∼16세에 직업체험을 한다. 우리나라 중3이나 고1에 해당한다. 우리도 중3 겨울방학을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직업체험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은가.

“전시성 견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럽 3개국처럼 적어도 한 번에 4∼5일 이상 집중적으로 실무를 접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의 직업체험에 임했으면 좋겠다.”



-자유학기 기간에 시험을 치지 않으면 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전환학년제를 시행하는 아일랜드의 경우 오히려 학생들의 학력이 높아졌다.”



-자유학기를 유용하게 보내면 학생부종합전형 때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 주요 대학입시에서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비교과 영역을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늘고 있다. 비교과 영역은 자유학기제에서 진행하는 진로탐색, 예술·체육, 체험활동 등에 해당된다. 따라서 자유학기를 의미 있게 보낸 학생은 고교에서 비교과 영역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워밍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유럽 선진국들도 진로교육과 직업체험 과정을 안정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일랜드 전환학년제는 42년 전 만들어졌다. 우리도 조급해하지 말고 자유학기제 운영과 관련한 각 분야의 인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양소영은 누구인가
글로벌 금융기관서 16년간 근무… 저술 활동하며 자유학기제 강연

교육 칼럼니스트인 양소영(42·여)씨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JP모건 부장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마켓 총괄본부 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16년간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고려대와 성신여대의 글로벌전형 담당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선진국의 진로교육과 직업체험을 파악하기 위해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를 방문했다. 양씨는 현장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2014년 6월 '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미디어숲)에 이어 18일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의 모든 것'(꿈결)을 출간했다. 그는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면서 전국 교육청·학교·기업에서 자유학기제와 관련한 강연을 하고 있다.

만난 사람=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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