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사건 외교문제로 확산되나… 中-대만 감정싸움에 ‘한류 샌드위치’ 신세 기사의 사진
대만의 민진당 지지자가 16일(현지시간)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사진을 들고 총통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쯔위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뒤 중국인들이 항의하자 사과했고, 이에 반발한 대만인들이 ‘대만 독립’을 내건 민진당에 몰표를 던졌다. AFP연합뉴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16)와 관련된 대만 국기 논란이 한국-중국-대만 3국 국민들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자칫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화될 경우 중국-대만 양안 관계는 물론 양국 국민의 한국에 대한 ‘비토(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쯔위가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중국 네티즌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비를 걸면서 불거졌다. 대만의 야당인 민진당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16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내걸었던 민진당의 압승에도 도움을 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얻은 표 중 19.5%인 134만 유권자가 쯔위 때문에 민진당을 선택했고 특히 ‘딸기세대’가 적극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딸기세대는 딸기처럼 쉽게 상처받는 무기력한 20, 30대를 의미하는데, 이들이 국가적 자존심을 세우고 기성 질서에 반발하기 위해 적극 투표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선거 이후에도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대만에서는 24일 수도 타이베이 시청 앞에서 쯔위 지지를 위한 대규모 거리 행진이 예정돼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수만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 시위는 쯔위의 동영상 장면을 처음 제기한 대만 출신의 중국 가수 황안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지만, 자연스레 대만 독립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사과’ 논란에 일조한 한국 측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만 네티즌들은 쯔위로 하여금 중국인들에게 사과하도록 시킨 한국 매니지먼트업체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이날 “JYP가 중국 네티즌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16세 소녀를 사죄의 재판대에 세웠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중국이 이번 사태에 과잉 대응하고 있다는 반중(反中) 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사태는 대만인들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이 정치인들만의 얘기가 아님을 일깨워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진먼대의 치우추이청 교수는 SCMP와 인터뷰에서 “16세 소녀의 사과는 대만인들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이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의 일상에 영향을 끼칠 사안임을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권을 잡은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당선 직후 “쯔위 사건은 국가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차기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강조한 데서 보듯 민진당 정권의 중국과의 ‘거리두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 유학파이기도 한 차이 당선자는 친미(親美) 노선으로 기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만의 이런 분위기는 향후 중국을 더욱 자극하고, 이로 인해 양안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개연성도 있다. 문제는 향후 중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놓고 대만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 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에 또 다른 ‘선택의 강요’를 할 경우다. 중국은 과거에도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 것을 한국 등에 요구한 전력이 있어 양안 관계 악화 시 한국이 또다시 ‘줄 세우기 외교’의 희생양이 될 우려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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