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48)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한방·양방 유기적 협진… 치료 효과 극대화 기사의 사진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심장순환내과 권승원(32)·정우상(45) 교수, 위장소화내과 류봉하(67) 교수, 심장순환내과 조기호(57) 교수, 중풍센터 센터장인 심장순환내과 문상관(50) 교수, 사상체질과 이의주(48) 교수, 동서협진실 김미아(50) 교수, 차숙화(53) 주임간호사.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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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뇌졸중)은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로 나뉜다.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반신마비와 언어장애 외에도 두통, 어지러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보행,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반밖에 안 보이는 시야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대개 갑자기 발병하는데, 평소 중풍과 관련된 고혈압 당뇨 비만 이상지질혈증 흡연 스트레스 등의 고(高)위험인자를 제거하지 않고 치료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문상관(50·심장순환내과 교수) 중풍센터장의 설명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는 1974년 개소 이후 42년간 쌓아온 풍부한 임상경험과 진료성과를 바탕으로 발병 초기부터 후유증 관리까지 신속·정확하게 중풍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현재 하루 평균 100∼120명이 중풍 치료를 위해 방문하고, 연평균 3만여명이 이용한다.

이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한방과 양방 진료 서비스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어느 곳보다 편리하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중풍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가 방문하면 우선 한방 의료진의 초진을 받는다. 그 결과 중풍이 의심되면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바탕으로 뇌 MRI 검사를 받게 된다. 최적의 한방치료를 위해 심장순환 및 신경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간장·조혈내과, 위장관·소화기내과, 폐장·호흡기내과, 신장·내분비내과, 침구과 의료진이 진단부터 치료, 재활까지 머리를 맞댄다.

필요하면 센터 내 동서(東西)협진실이 적절한 현대의학 검사를 하고 의약품을 처방한다. 기본적으로 뇌혈류초음파와 경동맥초음파 등의 진단검사 장비를 두루 갖춰 환자의 혈관 상태를 상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동맥경화검사, 말초혈관검사(조갑주름모세혈관 현미경검사), 양도락 검사, 스트레스지수 평가, 자율신경기능검사, 체질 판별 등의 검사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들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중풍이 확진되면 신경세포 보호, 뇌 혈류량 증가, 뇌의 가소성 촉진, 뇌부종 감소를 위해 ‘거풍속명탕’ ‘성향정기산’ ‘유풍단’ ‘오령산’ 등의 한약 처방과 함께 뇌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침 치료가 이뤄진다.

문 센터장은 “재발방지 및 조기재활을 바란다면 첫 치료 후 적어도 6개월은 적극적으로 침 치료를 받고 개인 맞춤 한약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침 치료는 운동마비, 언어장애 외에도 목 넘김 및 배뇨 장애, 변비, 근육경직, 통증 등과 같이 중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경혈자극을 통해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약은 뇌혈류를 개선시키고 중풍 환자의 면역력과 체력을 증강시켜 재활치료를 원활하게 하는데 힘이 된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는 여기에 혈관노화 진행을 억제하고 중풍 재발을 막는데 이로운 새 한약 청혈단(淸血丹)을 추가 처방,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옛 한의서엔 없는 처방으로 황련, 황백, 황금, 치자, 대황 등 5가지 한약재를 주성분으로 새로 만든 한약이다. 연구결과 청혈단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혈관의 탄력도를 개선하여 동맥경화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센터장은 “소(小)혈관성 뇌경색 환자들에게 2년간 청혈단을 투여했더니 재발률이 2%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간 청혈단을 복용하지 않은 뇌경색 환자들의 재발률은 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번 손상된 뇌 조직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대신 주변 뇌세포가 새로운 조직망을 형성해 빈자리를 보충하려든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중풍에 의한 운동 및 언어 신경마비가 풀리는 것도 뇌 조직의 이런 가소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뇌의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중풍 발병 시점부터 3∼6개월까지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는 중풍 후유증 극복의 2차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개입, 적절한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조기 재활 및 일상생활 복귀의 기틀을 잡아주고 있다.

문상관 센터장은

뇌혈류 개선 연구에 관심 많아… 그동안 논문 150여편 발표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5년 대구고를 거쳐 1991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경희대한방병원 심장순환내과 임상교수, 2002년부터 경희대한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한방병원 심장순환내과 과장 겸 중풍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교수는 “오늘날 한의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일반인의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한의사다. 그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에게 생활용어와 동떨어진 한의학 용어를 다소 진료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5∼2008년 서울대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하며 역학을 공부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약의 약리효과를 검증, 평가하는 임상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2009년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마취과 뇌졸중실험연구실을 방문, 1년간 뇌졸중 동물모델 개발 관련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문 교수는 특히 뇌혈류 개선연구 분야에 관심이 많다. 실험에 필요한 뇌혈류측정장비, 경두개초음파검사기를 자비로 연구실에 사들였을 정도다. 중풍 예방 및 후유증 관리에 쓰이는 신(新)한약 ‘거풍청혈단’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 약은 전통 한약과 같은 환제나 탕약이 아니라 복용하기 쉽게 캡슐제형인 것이 특징이다.

문 교수는 그동안 SCI급 논문 50여편을 포함해 국내외 학술지에 15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우황청심원의 혈관확장 효과 규명에 관한 연구’ 등 대부분 한약이 심뇌혈관계 질환 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문 교수는 “동의보감, 황제내경 등 옛 한의서 처방에만 매달려 진료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의학도 달라진 현대 환경에 맞춰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배는 한의대생 시절 잠시 피운 이후 끊었다. 술 역시 즐기지 않는다. 매일 30분 운동을 원칙으로 걷기와 실내자전거 타기로 기초체력을 관리 중이다. 고교 졸업 후 틈틈이 독학으로 익힌 클래식 기타 연주가 취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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