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코앞… 노인을 위한 주택정책은 없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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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 진입. 2025년 전체 인구 5명 중 1명(19.9%)은 노인. 노인빈곤율은 49.6%(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2025년에는 노인 중 21.8%가 독거노인. 노인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계층이지만 가장 삶이 열악하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을 위한 주택 정책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주거 안정망 확보를 위해 노인주거정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노인주거정책 이제 첫발=국내 노인주거정책의 시초는 2002년 85㎡ 이하 공공임대주택에 한해 공급량의 10% 이내에서 노인을 부양하는 가구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노인주거정책은 이처럼 임대주택의 일부를 노인에게 우대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노인주거정책이라기보다는 사회취약계층 주거정책의 일환이었다. 흔히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노인복지주택도 있으나 임대료가 높아 대부분 노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근 입주를 한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은 전용면적 125㎡에 보증금 8억∼20억원, 가구당 평균 생활비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제대로 된 노인주거정책은 지난해 첫발을 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공실버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실버주택은 노인만을 위해 주택과 함께 복지시설을 함께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예를 들어 1∼2층은 물리치료실 등 복지시설을 짓고 3층 이상은 주거시설로 이용하게 된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건물에 상주하며 건강관리나 식사 목욕 등 일상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철흥 국토부 공공주택총괄과장은 “올해 900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고 내년에도 1000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노인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공급 확대’와 ‘주택 개조’ 추진해온 선진국=한국의 노인주거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선진국은 이미 50여년 전부터 노인 주택 공급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기존 주택을 노인 생활에 맞게 개조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 왔다.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인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버하우징, 복지형 차상(次上) 공공임대주택, 고령자 우량임대주택 등이 있는데 모두 건설·공급 주체가 다르다. 단일한 공급 방식에 비해 공급량을 늘릴 수 있고, 노인 소득과 자산에 따라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또 민간 건설사의 노인 주택 건설 유인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을 폈다. 미국은 비영리단체가 노인전용임대주택을 짓고자 하면 연방정부가 최장 40년간 저리융자를 해주는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한다.

영국의 노인주거정책의 핵심은 기존 주택 개조 지원이다. 영국의 지방 정부는 고령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너무 춥거나 외풍이 있는 경우 ‘보온 유지 계획’에 따라 고령자가 재료비만 지급하면 절연공사 등을 해준다. 또 노인이 거동이 불편해 주택 내에서 이동이 힘들 경우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꿔주고 욕실을 고쳐준다. 일본도 2000년부터 20만엔(200만원) 한도 내에서 손잡이 설치, 바닥 단차 제거, 바닥재 교체, 미닫이로 문 교체 등 개조비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주택 규제 완화책 등 필요=전문가들은 국내 노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비사업을 이용한 노인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등은 보고서에서 “노인주택 건설 사업자에게 용적률을 높여주고 건축물 높이 기준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용적률 기준을 완화해 공공임대주택 상가 옥상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주택 공급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노인 맞춤형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서 노인의 84.3%는 장래에 살고 싶은 곳으로 ‘자기 집’을 꼽았다. 새로운 집을 공급하기보다는 기존 집을 개조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손정원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영국 노인주택정책을 소개한 보고서에서 “이미 살고 있는 곳에서 계속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 개조를 위한 재정 지원 정책 등은 한국에서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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