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정갑영 연세대 총장 “규제 없는 자율형 사립대학 허용할 때 됐다” 기사의 사진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글로벌 명문 대학을 탄생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자율형 사립대를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세계 100대 대학에 우리가 10개 정도는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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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갑영(65) 총장은 경제학자이자 교육행정가다. 두 분야에서 그의 식견과 안목은 탁월하다. 산업조직과 동아시아 경제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세계적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 후’에 등재됐으며, 2011년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해 2013년 한국언론인협회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최고 대상을 받았다. 그는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 정보대학원장과 교무처장, 원주캠퍼스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달 말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정 총장을 지난 21일 서울 신촌캠퍼스 집무실에서 만났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소회는.

“우리나라에서 4년 임기 직장이 많지는 않은 듯한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났다. 천만다행으로 처음 공약했던 정책사업들을 다 마무리했다. 기적 같은 은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마음이 가볍다. 한편으로는 대학 환경이 참 어렵다. 기본적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외부로부터의 경쟁도 심하고, 정책적 규제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글로벌 대학으로 가기 위해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4년 동안 역점을 두었던 사업은 무엇인가.

“총장에 취임했을 때 제3창학을 하자고 얘기했다. 130년 전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의 학교 설립 때가 제1창학, 1957년 연희와 세브란스 합병이 제2창학이었다면 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명문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3창학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인천 송도캠퍼스를 활성화했다. 내가 취임할 때쯤 시설이 준비됐는데, 아무도 안 가려 했다. 그래서 공약으로 레지덴셜 칼리지(RC, Residential College)를 하자고 했다. 기숙형 대학이다. 선진 명문 대학들의 공통점이 레지던스 에듀케이션이다. 거주하면서 교육받는 것이다. 단순한 기숙사를 넘어선 생활공동체다. 당시만 해도 그런 개념이 우리나라에 없었다. 수업만 듣고 집으로 가는 것으로는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반대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지금은 정착됐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주지하다시피 대학 1학년생 생활은 대부분 엉망이다. 그런데 RC는 다르다. 한마디로 전인교육이다.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다. 기숙사는 3인 1실이다. 요즘도 독방을 배정해달라는 청탁이 들어오지만 3인실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 또 ‘연인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연세대와 인천의 합성어가 ‘연인’인데, 학생들이 송도에서 그 지역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한다. 현지 학생들도 좋아하고, 연세대생들도 사회적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과 관련한 학과도 많이 포함시켰다. 체육의 경우 단체종목을 주로 한다. 협동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커뮤니티 생활을 통해 학생들 표정도 매우 밝아졌다.”



-RC를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겠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정착됐는데, 아시아에서는 처음 실험한 거다. 그런데 좋은 모델로 만들어졌고, 학생과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외국 대학에서도 견학을 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갈등이다. 대학에서 다양한 가치관이나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 문화를 생각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학교 주변을 산책할 때 ‘총장님’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RC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다. 학교가 계속 관심을 갖고 RC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등 확대해야 할 것이다. 2017년 RC 1세대가 졸업하면 연세대의 DNA가 달라질 거다. 과거엔 개인주의적이고 모래알처럼 흩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긍정적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그 외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백양로 프로젝트다. 학교 한복판에 위치한 백양로는 하루 1만3000대의 차량이 통행했었다. 걸어 다니기도 불편하고, 학교를 양쪽으로 나뉘게 했다. 그래서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지하에 주차장은 물론 국제회의실과 교수식당, 콘서트홀, 학술·문화 시설이 들어섰다.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다. 국내에선 이런 콘셉트가 없다. 총 3만8000평이다. 학교 전체 공간의 12%가 늘어난 셈이다. 기부자가 2만2000명이며 1000억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정부의 대학정책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대학 구조조정이 큰 축이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학령인구가 30% 줄어든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30%의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다. 강제로 구조 조정할 수 있는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대학에 조그마한 지원을 할 때마다 정원 감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프라임 사업이라는 산업연계형 대학교육이다. 산업계에서 필요한 쪽으로 학과를 개편하라는 것이다. 기본적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 그런데 추진 과정에서 대학 간 특성이나 차별성을 별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너무 경직되고 획일적으로 요구하는 게 문제다. 또 등록금으로 규제를 한다. 이런 정책이 오래 지속되면 한국 대학들은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대안이 있다면.

“대학 간 차별화를 해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학은 자율화시켜야 한다. 등록금도, 프로그램도, 입학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걸 나는 자율형 사립대라고 부르는데, 이를 선택적으로 허용할 때가 됐다. 대학이 그걸 선택하면 정부 지원은 없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다. 그래야만 대학이 특성화될 수 있다. 자율형 사립고도 있지 않은가. 실질적으로 자율화가 많이 돼야 할 대학이 지금의 체제로 가서는 경쟁력도 없어지고 하향 평준화되고 글로벌 경쟁력도 못 갖는다. 더 큰 시각으로 보면, 대학도 큰 산업이다.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높다. 이는 대학교육의 전문성이 약하다는 의미다. 또 우리 대학이 해외에서 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환경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교수 확보와 외국 학생을 위한 기숙사 등 투자할 게 많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는 투자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를 동아시아의 교육허브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안타깝다.”



-자율형 사립대의 긍정적인 면은.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다. 세계 100대 대학에 10개쯤 우리 대학이 포함돼야 맞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맞춰 대학은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근데 정치적 이슈에 말려들어 하향 평준화되고 있어 전문성을 교육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태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선거할 때마다 포퓰리즘 때문에 대학을 자율화하라고 하겠나? 자율형 사립대 하면 많은 분이 너무 방만하게 운영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조건을 붙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자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소외계층을 몇% 반드시 뽑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소득이 낮으면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든 상황이다. 예전에는 지방의 명문고 나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 신분 상승할 기회를 가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자율형 사립대를 허용하면서 대학에 소외계층을 얼마 받으라고 하면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거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무크)이 확산되고 있는데.

“일부 학자는 무크 때문에 앞으로 대학이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 관점에서 보면 세계 명문대학들이 무크로 비즈니스하고, 일부 대학에선 무크로 강의 듣고 등록금 내면 학위를 주니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연세대도 국제적인 무크 플랫폼 3개에 모두 가입해 영어로 강의를 올리고 있다.”



-경제학자로서 우리나라 경제 현황과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경제는 참 어려운 문제다. 과거엔 글로벌화의 정도가 적어 한 국가만으로도 통제할 수 있었다. 애덤 스미스 때만 해도 한 나라 경제만 생각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이해관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가가 하나의 경제시스템이다. 균형을 이루기가 어렵다. 환율도 그렇고, 각국이 생산력을 확대해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 전체를 코디네이션 할 여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화초가 잘 살려면 기후도 좋아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하듯 경제도 일종의 생태계가 있다. 투자가는 투자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공장을 짓게 되면 여러 과정이 있고, 고용에서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생태계가 많이 훼손돼 있다. 이게 바뀌려면 인가하는 사람, 투자하는 사람,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 등 모두가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생태계 복원이 절실하다. 기업인들이 투자할 마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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