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전략공천을 위한 변명 기사의 사진
#Ⅰ 김대중과 더불어 신민당을 창당한 김영삼은 1985년 12대 총선에서 초대 총재 이민우를 서울 종로·중 선거구에 전략공천했다. 전국구 1번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를 강권하다시피 해 국민 이목이 집중된 정치 일번지에 전격 투입한 것이다. 선명야당 기치를 내건 이민우는 신당 돌풍을 일으키며 정대철(민한당)을 꺾고 이종찬(민정당)과 동반 당선됐다. 신민당은 67석을 얻어 35석에 그친 민한당을 제압하고 제1야당을 차지했다. 이 승리는 2년 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Ⅱ 정계에서 은퇴해 있던 김대중은 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토록 했다. 당내에서 조세형 홍사덕 이철 등 3명이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박찬종(무소속)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 독서로 소일하던 조순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이다. 동교동 세력을 총동원해 경선 승리를 이끈 뒤 직접 본선 지원유세까지 펼쳐 조순을 당선시켰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김대중의 정계복귀와 국민회의 창당,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전략공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전략공천이란 정당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당내 인물이나 외부 영입인사를 ‘전략적으로’ 적재적소에 출마시키는 것을 말한다. 당 대표나 실력자가 공천 과정에 일정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특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유능한 인재를 수혈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96년 15대 총선 때 처음 배지를 단 이회창 정의화 김무성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황우여 안상수(이상 신한국당)와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정세균 김한길(이상 국민회의) 등은 각각 김영삼과 김대중에 발탁돼 전략공천 받은 케이스다. 노무현도 88년 13대 총선 때 김영삼의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대 4·13총선을 앞두고 전략공천이 배척되고 있어 안타깝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은 혁명”이라며 “우리 당에 전략공천은 없다”고 역설한다. 이른바 ‘진박(眞朴)’ 인사들을 대구 등 우세 지역에 내리꽂으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견제하기 위한 발언임을 모르지 않지만 전략공천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향식 공천은 정치개혁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여야 권력자가 밀실에서 공천을 좌지우지해온 나쁜 관행을 타파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고지순한 제도일 순 없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공천할 경우 오랫동안 표밭갈이해온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 토박이에게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새 인물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상향식’이란 말이 민주적인 제도로 비치지만 무책임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즐겨 쓰는 ‘공천권을 국민에게’란 말도 마찬가지다. 정당이 공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고 나쁘다 할 수는 없다. 공천된 후보를 놓고 국민이 선거에서 공정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국민 뜻에 반하는 진박 특혜 공천은 마땅히 단념해야겠지만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전략공천은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전략공천에 소극적인 편이다. 상향식 공천이 관행처럼 굳어진 데다 당을 정비하느라 정치신인 발굴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여야 모두 훌륭한 인재들에게 정치권 진입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은 병행하는 게 정답이다. 총선은 새 인물 등용의 기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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