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하형록 <20>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할 때 이뤄져”

어릴 적부터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 결국 조직을 정리·경영하는 사업가로

[역경의 열매] 하형록 <20>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할 때 이뤄져” 기사의 사진
지난해 8월 12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제42회 한국기독실업인회 한국대회 주 강사로 나선 하형록 회장이 간증을 하고 있다. CBMC 제공
지난해 8월 두 번째로 방문한 전북 무주 태권도원. 그곳은 나의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차창 밖으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푸른 산의 풍경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산 너머 멀리 보이는 또 다른 산을 보며 그 너머에 뭔가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과 희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에서 제42회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한국대회가 열렸다. 행사는 크리스천 기업인들이 모여 우리의 사업과 삶을 기독교인답게 경영하고 인도하자는 각오를 다지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전국 각지에서 약 2800명이 참석한, 실로 감개무량한 모임이었다. 이 모임 참석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기업인들이었는데, 이 중 나의 눈길을 끈 참석자가 한 명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어른 참석자들이 넓은 푸른 숲이라면 그는 그 숲에서 필까 말까 하는 꽃봉오리 같은 존재였다. 놀라운 사실은 그 소녀가 부모를 따라 그 행사에 참석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그 자리에 스스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소녀와의 만남은 나로 하여금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 펴낸 ‘P31’(두란노)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꿈을 명사로 표현하지 말고 동사로 표현하라.” 즉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사가 되겠다고 하지 말고,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음악가가 되려면 음악가가 되겠다 하지 말고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해야 한다.

명사는 정지형이지만 동사는 진행형이다. 명사는 자신의 자부심을 키우지만 동사는 우리로 하여금 그때 우리의 꿈을 향해 실천하게 한다. 어릴 때부터 동사로 꿈꾸는 이는 스스로 자신의 꿈을 실천해가며 마침내 참된 성공을 이룬다. 사회적 부와 명예를 차지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비로운 의사로서 아픈 이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가 된다. 무대에서 음악의 위대함을 뽐내는 음악가가 아니라 관중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음악가가 된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자가 되라”고 하셨다.

내가 무주에서 만났던 소녀는 비록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이 모인 머나먼 장소까지 찾아와 꿈을 향한 만남의 중요성을 스스로 실천에 옮겼다. 나는 그 소녀를 보며 이 작은 꽃봉오리가 훗날 우리의 삶에 아름다운 정원을 일구어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에게도 오늘의 나를 꿈꾸게 만든 ‘동사’가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언젠가 자라서 훌륭한 건축가, 성공하는 사업가, 존경받을 수 있는 목사가 되겠다고 꿈꾼 적이 없다. 나는 나의 꿈을 단 한 번도 ‘명사’로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삶의 열정을 잘 나타내는 ‘동사’를 갖고 있었는데, 이는 바로 정리하는 것(organize)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정리하기’를 좋아했다. 집안을 정리하는 것, 정원을 가꾸며 정리하는 것, 이사하는 곳에 이사를 돕기 위해 가면 짐을 나르기보다는 트럭에 있는 짐을 정리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성공하는 사업가는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아니고, 조직을 잘 정리하고 경영해야 한다. 존경받는 목사가 되는 것은 입으로 설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성경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 역경의 열매 [기사 모두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