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공자의 고향’에 교회는 안된다고? 기사의 사진
공자의 고향이자 유교의 성지로 통하는 중국 산둥성 지닝시 취푸에서 교회로 임시 사용되고 있는 건물 사진. 최근 이곳에 높이 41.7m의 대형 교회가 설립될 것으로 알려지자 유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유가망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지닝시 취푸는 유교의 성지입니다.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 공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공부(孔府), 공자와 그의 후손들 무덤인 공림(孔林)이 있습니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습니다.

지난 21일 유학자 2명은 유학 관련 학술 사이트인 유가망(儒家網·rujiazg.com)에 글을 한 편 올립니다. ‘취푸에 기독교당 건설 중단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는 제목으로 산둥성 정치협상회의 위원이기도 한 산둥대 유학고등연구원 쩡전위와 왕쉐뎬 교수가 쓴 글입니다. 두 교수는 “취푸는 공자의 고향이자 유가(儒家)의 발원지, 중화민족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며 “그런 취푸에서 서양 가치관과 문화의 전파자인 기독교는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 교수는 공자 사당에서 동남쪽으로 3㎞ 떨어진 취푸시 거좡이라는 마을에 ‘은밀하게’ 교회 건설이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마을 주민 입을 빌려 “이미 3년여 전 단층 건물로 세워졌던 교회는 2월 춘제(설)를 전후해 ‘더 크고 더 높은’ 기독교당으로 다시 건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단층으로 된 교회 안팎의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은밀하게 건설된다는 그 교회는 바로 2010년 12월 신화통신에도 소개됐던 ‘성삼일(聖三一) 국제예배당’입니다. 당시 신화통신은 “공자 사당에서 불과 3㎞ 떨어진 곳에 부지 2667㎡, 높이 41.7m의 고딕양식 건축물로 신축될 예정”이라면서 “완공될 경우 신도 3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우한대 궈지융 교수 등 10명의 학자들은 공개 서신을 통해 “불필요한 종교와 문화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교회 건설 반대의 뜻을 밝힙니다. 이후 교회 건설은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두 교수의 글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학자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보수화된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맞서 “서방 문화로부터 고유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유가사상 연구자로 유명한 장칭이 2010년 논쟁 당시 “대형 교회가 취푸에 건설된다면 내 평생 취푸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던 말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쩡전위 교수 등은 “취푸에는 도교 사원도 없었고, 불교 사찰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작은 규모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취푸사범대 양춘메이 교수는 지난 26일 온라인 전문 매체 펑파이(澎湃)에 올린 글을 통해 취푸에 있는 크고 작은 도교 사원과 불교 사찰, 이슬람 사원 등을 예로 들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상호 이해와 존중은 자연스럽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양 교수는 “유교, 불교, 도교는 1100년 동안 평화롭게 공존해 왔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비교적 늦게 들어와 100∼200년이 됐지만 마찬가지로 서로 다툼이 없다”면서 “공자의 고향이 어찌 유가 한 집안의 천하가 돼야 하느냐”고 일갈합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취푸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서였습니다. 2011년 현재 취푸의 기독교인은 정부에 등록된 수만 7000∼8000명으로 성장했습니다. 공자의 고향에는 교회가 들어서면 안 될까요?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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