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대만 선거의 패배자는 중국 기사의 사진
대만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0.28% 포인트 감소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3분기가 0.63% 포인트 감소였다고 하니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때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하나였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솔직히 그동안 대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3억7000만명 중국에 온통 신경을 뺏기고 있으니 2300만명 인구의 대만쯤이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쯔위 사건’만 없었다면 지난 대만 총통 선거도 조용히 지나갔을지 모른다. 쯔위 사건이 사실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로기 상태의 국민당과 주리룬 후보에게 날린 의도치 않은 마지막 KO 펀치라고나 할까.

민간 연구기관인 ‘타이완즈쿠(智庫)’의 2014년 7월 조사 결과 대만인의 82.7%는 대만과 중국은 별개 국가로 여기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하나의 중국’이라고 보는 사람은 9.4%에 불과하다. 1992년 중국과 대만 집권당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은 각자 한다(一中各表)”는 내용의 ‘92공식’에 합의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만은 ‘중화민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것이 맘에 안 들 수는 있지만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1996년 첫 직선제 총통 선거가 실시된 이후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해 왔다. 96년 국민당 후보이지만 대만 독립 성향을 가진 리덩후이 총통의 당선을 방해하려고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이번 총통 선거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 간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중국이 그동안 대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묘한 패는 바로 경제였다. 부지런히 대만 정치인들을 대륙으로 초청하고 대만 기업인들의 대륙 투자를 장려하면서 대만과의 경제 협력을 증진시켰다. 그 결과 마잉주 총통은 연임에 성공했다.

‘경제 카드’가 분수령을 맞은 것은 2014년 대학생들의 ‘태양화(해바라기)운동’이었다. 중국과 대만의 경제 일체화에 대한 긍정적인 면들은 사라지고 부정적인 면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만 사람들은 홍콩에서 대만의 미래를 바라봤다. 대만을 휩쓸었던 ‘해바라기운동’의 슬로건은 바로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대만’이었다.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따라 고도의 자치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홍콩의 ‘우산혁명’의 실패에서 보듯 결국 사회주의 중국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 대만에서 본 젊은이들은 중국의 경제력에 위압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민주주의 대만이 좋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었다.

차이잉원 당선 이후 중국에서는 대만 정책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에서는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이고 대만 독립파가 밀어붙이면 무력통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대만의 맞은편 대륙에서는 대규모 실탄 상륙작전 훈련도 실시됐다. 대만으로 가는 관광객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오는 5월 공식 시작되는 차이잉원 총통 시대를 향한 무언의 압박이다.

이번 선거의 궁극적 패배자는 국민당도 주리룬 후보도 아닌 바로 중국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역사가 증명하듯 무력이나 강압으로는 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어렵게 찾아낸 경제 카드도 이제 효과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민주화된 중국, 자유가 보장된 중국, 더욱 개방된 중국이라는 카드밖에 없다.

베이징=맹경환 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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