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국립외교원 윤덕민 원장 “北, 생존 위협 느낄만한 제재수단 필요…중국도 결국 동참할 것” 기사의 사진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윤 원장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천에 옮기면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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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가 확정되기도 전에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관측돼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대북제재 강도와 관련, 한·미·일 3국과 중국은 뚜렷한 견해차를 보인다. 거기다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따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외교안보 분야 정책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의 윤덕민 원장을 만나 당면 현안들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 청사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중국이 이번에도 대북제재에 미온적인데, 유엔에서 실효적인 제재 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사실은 중국도 많이 당황했을 겁니다. 북한 핵무장은 우리를 제외하곤 중국이 최대 피해자임을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중국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도 강력한 제재에는 동참할 겁니다. 다만 중국은 정책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만큼 신중하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지금 악화되는 국내 경제상황, 대만 선거결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최우선 국정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자회담이 성과가 없었음을 언급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중국이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힌 걸 보면 잘못 짚은 것 아닐까요.

“5자회담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국제사회는 북핵에 대해 제대로 제재한 적이 없습니다. 핵 개발 포기를 받아들인 이란을 보십시오. 주요 6개국(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철저한 공조를 통해 효과적인 제재수단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란이 핵을 단념하도록 했습니다. 그와는 달리 북핵에 대해선 국제공조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견제, 중국은 북한정권 안정에 관심이 있습니다. 솔직히 한국도 북핵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치중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의 효율적인 공조가 사실상 없었다는 겁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5개국이라도 머리를 맞대 북이 핵과 교환할 마음이 생길 정도의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이 진짜 아파할 수 있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제재수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미·일 3국이 만나 공조하는 데 대해 중국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5개국이 협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을 포함한 6자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설득하는 게 더 바람직하겠지요.”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끊어야 제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중국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도 송유관을 잠그다시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북에 다른 대체수단이 있고 중동산 원유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유엔 틀에서의 제재도 중요하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도 타격받을 수 있겠지요. 중국이 따라오느냐의 문제가 있겠지만 미국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겠지요.”



-결국 중국이 키를 쥐고 있는 건데 중국이 계속 소극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중국은 결코 북한의 5차, 6차 핵실험을 가만히 놔두진 않을 것입니다. 북이 핵무기를 생산하면 당장 일본과 한국이 핵을 가지려 할 것이고. 그럴 경우 미국이 동북아에 영향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중국의 국제 이미지도 추락하게 되니까 어떤 식으로든 중국이 막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북의 핵 개발은 이제 제어하기 힘든 상태에 접어든 것 아닌가요.

“기로에 섰다고 봅니다. 북의 핵 실전배치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철저한 국제공조를 통해 제어할 것이냐를 놓고 국제사회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됩니다.”



-국제공조가 중요하지만 이 정도 상황이라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해서 해법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북과의 대화에 귀를 막은 건 아닙니다. 미국은 이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서 보듯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 핵 해법이 군축회담 성격인데 반해 북핵 해법은 정치회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을 더 아프게 만들어야 핵을 포기합니다. 첨언하자면, 차제에 우리가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당국이나 언론, 국민 할 것 없이 북핵을 미국이나 중국 문제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고 우리가 주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도 미국이나 중국은 북핵 이외의 문제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안보를 맡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북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우리도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거나 미국 전술핵을 다시 가져 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강력한 대북 억제력 구축입니다.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보다 확고한 미국 핵우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1차 핵실험 이후 약 10년간 일본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금 킬체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도 북의 탄도미사일을 막을 방도가 거의 없습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미사일 방어체제를 하루속히 구축해야 합니다.”



-4차 핵실험으로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은 물 건너간 겁니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게 튼튼한 안보 바탕 위에 화해협력의 길을 열어가는 것 아닙니까. 긴장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겠지요.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대남총책으로 있다 최근 사망한 김양건 후임으로 김영철이 등장하고,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자강’을 강조하는 걸 보면 김정은의 공포체제와 유일지배체제가 강화되는 느낌입니다. 거기다 시장경제가 후퇴하면 주민들이 매우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활동이 위축될 것 같습니다. 현재 분위기라면 흡수통일에도 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통일은 도둑처럼, 또 운명처럼 다가올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북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지요.”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아직도 말이 많습니다. 12·28합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솔직히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역사수정주의자이며,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고,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는 ‘아베 담화’를 발표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총리가 사죄 및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고, 일본정부 예산을 들여 기금을 마련키로 한 것은 사실상 ‘법적 책임’의 구성요소를 다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자들 입장에선 미흡하겠지만 합의 내용으로는 ‘법적 책임’이란 단어만 없을 뿐 그 의미는 다 포함돼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본 위정자들의 진정성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아베 총리부터 합의를 깨는 수준의 도발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에 대해서는 한·일 간에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본은 일본 헌병이 수십만명을 강제 모집했다는 한국 측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의 혐한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요즘 일본 우익세력은 한국이 일본경제를 사실상 따라잡았다는 생각, 3·11대지진 등으로 콤플렉스에 빠져있다고 봅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돌출발언이 나온다는 생각입니다.”



-‘불가역성’을 인정하고, 소녀상 이전 문제까지 합의 내용에 포함시킨 것은 잘못 아닌가요.

“불가역성 합의는 거꾸로 우리가 세일즈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 이상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소녀상은 합의가 잘 이행되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충분히 치유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안 되겠지요.”

윤덕민 원장은
△서울(57)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석사(정치학) △일본 게이오대 박사(법학) △남북 고위급회담 자문위원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대통령 외교안보정책 자문위원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장

국립외교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이자 정예 외교관 양성 기관.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으로 1963년 외무공무원 교육훈련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무공무원교육원’이 모태다. 65년 외교 문제에 관한 연구 기능을 보강해 ‘외교연구원’으로 개편했으며, 76년 ‘외교안보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했다. 외무고시 폐지로 신규 외교관 양성 임무를 맡으면서 2012년 ‘국립외교원’으로 거듭났다. 16명의 교수와 20명의 연구원이 근무 중이다.

만난 사람=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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