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가계부채 대비책 시급하다 기사의 사진
연초부터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국제유가 하락 및 중국경제 성장둔화 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과격한 정책을 쏟아내기 바쁘다. 유로존 국가,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의 마이너스 금리 확산에 이어 지난달 29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했고 캐나다도 이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적극적으로 떨어뜨리면서 신흥국 간 환율전쟁의 전운이 무르익어 간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가 두통거리다. 한편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는 간신히 반짝경기를 만들어낸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내수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가계부채 확대 지속은 내수 위축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추세 아래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부채가 늘면 위기발생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부채를 양날의 검이라고 한다. 이는 부채의 용도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이 자산 측에 있음을 말해준다.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생산적으로 쓰지 않으면 폰지(Ponzi)게임이나 다단계 금융사기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부동산의 경우도 부채가 실수요 충족이 아니라면 거품의 창출과 붕괴를 거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비근한 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속됐던 것은 경제의 고속성장을 배경으로 주택의 투자가치와 사용가치가 모두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경제성장률 자체가 크게 낮아졌고 주택 공급이 늘었으며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전망되면서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혹 일시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반짝경기일 뿐 소비 확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대비책을 모색하는데 자산 쪽부터 살펴보자. 우선 신용대출 문제가 시급하다. 저소득층 가계를 대상으로 일자리 알선과 복지·주택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규모 파산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다음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 급락 예방을 위해 주택물량의 수급 조절이 필요하며, 잘못된 수급 정보가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한편 부채 측은 우선적으로 신규 부채의 증가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통한 부채총량규제가 필요하며, 금융회사들의 가계부채 규제비용 확대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기존 부채에 관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채가 기본적으로 배분율에 관한 것이므로 이를 사후적으로 바꾸는 것은 도덕적 해이 창출이 우려되고 부채의 장점인 규율 효과를 손상시키는 의미가 있다. 다만 고객의 부도 가능성 예방 차원에서 금융회사 스스로가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환경 하에서 한국도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주식시장의 자금이탈 가능성은 대부분 국가들에 공통돼 한국이 특히 높다고 하기 어려워 보이고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경제개혁 유인 제고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금리인하가 가계부채의 추가적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금융규제 강화가 담보돼야 할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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