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창의·혁신에 제격”… 집단지성에 꽂힌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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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천재가 기업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내·외부에서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숱한 경험을 거쳐 입증됐다. 바로 ‘집단 지성’ 방식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영국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 발표한 이 개념은 소수 우수한 전문가의 능력보다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성과주의가 기업의 지배적 문화로 자리 잡았던 과거에는 조직의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가 강조돼 협업을 통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집단 지성을 활용해 낸 성과를 개인의 결과물로 인정해주고 있다.

집단 지성은 최근 ‘혁신’이 생명인 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일반인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데다 소수의 힘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을 활용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심리적 유대도 높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거나 소비자의 제품 충성도를 높이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임직원 지혜 모아 ‘창의 문화’ 조성=집단 지성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임직원 창의 문화로 구축한 대표적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온라인에서 임직원 개개인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연결해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시스템 ‘모자이크’를 2014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단어 의미처럼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혁신적인 결과물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모자이크는 아이디어 공유, 업무 현안 해결을 위한 토론, 임직원간 온·오프라인 모임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루 평균 모자이크를 이용하는 임직원 수는 4만6000명, 하루 평균 등록되는 아이디어 수는 30건, 업무 현안에 대한 토론 수는 32건(2014년 8월 기준)에 달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임직원 5명이 팀을 꾸려 사내 화장실 이용에 불편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팀원들은 ‘스마트 화장실’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활용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이를 인식하는 ‘도어 센서’와 데이터를 수집해 메인 서버로 전달하는 ‘허브’ 등으로 화장실 빈칸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디지털시티 건물에 스마트 화장실이 시범 적용됐고, 다운로드 건수는 1500건을 돌파했다. 상주 임직원이 6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뿐 아니라 20만명 해외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모자이크 글로벌’ 버전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변화 속도가 빠른 전자·IT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내 소통 문화가 정착됨으로써 업무 효율도 개선시키고, 소통을 통해 기업 문화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집단 지성 개념을 활용한 ‘상상타운’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상상타운은 임직원들이 업무 제안을 해 다른 부서 임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 문제 해결책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 이천, 충북 청주, 경기도 분당, 중국 등 전역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상상타운에서는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상상타운은 운영 1년여만에 18만건의 개선 제안 글이 등록됐고 14만건 이상이 실행됐다. 임직원 70%가 상상타운에 참여해 개선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임직원 업무 지원·복리후생 분야 뿐 아니라 실제 작업 현장까지 폭 넓게 적용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 고장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제안되는 등 집단 지성의 효과는 회사 차원의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신규 공장 건설 과정에도 적용됐다. 임직원들이 상상타운을 통해 공유한 과거 사례를 분석해 미리 문제점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회사는 임직원들이 제안 활동에 참여하면 그에 따라 급여로 전환 가능한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업무 개선 효과에 따라 상금을 지급한다. 회사 차원에서 임직원 아이디어의 참여를 장려하고, 업무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모여 신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인도 참여하는 ‘집단 지성’=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큰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위키피디아’ 등 오픈형 백과사전을 통해 널리 퍼졌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위키피디아는 접속한 이들 누구나 직접 지식과 정보를 올릴 수 있고, 기존에 등록된 내용을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집단 지성을 활용한 사전 참여번역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25일 번역문이 100만건을 돌파했고, 이용자는 13만명을 넘어섰다. 기존 사전에 등재돼있지 않거나 전문 정보, 외신 기사 등 참고자료가 많지 않은 예문에 대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번역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하루 최대 4600건에 달하는 번역문이 등록되기도 한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머리를 맞댄 경우도 있다. 매일 시달리는 스팸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사전에 수신 거부하는 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 ‘후후’다. KT CS가 서비스 하고 있는 이 앱은 이용자들이 스팸 전화를 받게 되면 해당 번호를 바로 데이터베이스로 등록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스팸 전화번호가 수집돼 월 평균 18억건의 통화 및 문자가 스팸 식별 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집단 지성을 만들어가는 기업도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는 2011년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기업 탄생 역사는 짧지만 전 세계에서 ‘샤오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샤오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오픈 포럼’이다. 샤오미 제품을 써 본 소비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내용이 있다면 누구라도 오픈 포럼에 접속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 사항을 제시할 수 있다. 회사는 바로 피드백을 하고, 의미가 있는 내용의 경우 즉각 엔지니어들에게 전달돼 제품 개발에 반영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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