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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조각에 녹아든 한국 정신·문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展

‘검은 연꽃’ 주제 구도의 자세 표현… 많은 여성 사로잡을 잠재력 지녀

구슬 조각에 녹아든 한국 정신·문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展 기사의 사진
유리 조각 설치 작품 ‘검은 연꽃’(2015). 작지 않은 크기(150×150×150㎝)로 유리구슬에 검은 칠을 해 육중한 느낌을 살렸다. 뒤로 보이는 것은 캔버스 작품 ‘검은 연꽃’이다.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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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만큼 여성적인 미술재료가 있을까.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화려함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깨지기 쉬운 게 유리다. 장신구로 만들어져 몸에 부착하니 여성의 신체와도 밀접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다들며 존재의 상실과 부재, 그리고 인간이 지니는 상처를 주제로 작업해온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52·사진). 92년부터 유리의 물성에 주목해 표현 매체로 사용하면서 일명 ‘목걸이 조각’ 등을 선보인 건 필연일지 모른다.

그가 5년 만에 한국에 왔다. 전속화랑인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이전 전시 작품들이 알록달록 싸구려 구슬을 늘어뜨린 ‘구슬 침대’ ‘구슬 목걸이’와 같은 내밀한 사적 경험, 혹은 사회적 상처를 녹여낸 것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보편적 추상, 관념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전시 제목은 ‘검은 연꽃’.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의미와 상징성 때문에 꽃을 주제로 작품하기를 즐긴다는 그가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꽃으로 택한 게 연꽃이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에서 영감을 얻었다.

‘검은 연꽃’ 설치 작품은 작가가 진행해온 유리구슬 조각의 일환이지만, 기존 유리가 아닌 산화처리 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육중한 느낌을 준다. 또 검은색, 보라색 등 어두운 색 혹은 금색으로 채색됨으로써 정화, 깨달음, 깨끗함, 고귀함과 같은 연꽃의 본래 가치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검은 연꽃’ 평면 작품은 금박을 입힌 캔버스 위에 먹을 연상시키는 석판화 잉크로 겹겹이 채색했다. 동양의 서예적인 정신성과 구도의 자세를 시도했다.

설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선(線)을 사용해 연꽃을 형상화했다. 매끈한 직선도 있는데 굳이 구슬이어야 할까. 작가는 “구슬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주 친근한 재료다. 또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재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뭇 여성을 사로잡는 표현 재료라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심을 흔들 수 있는 폭발적 잠재력을 가졌다.

여기에 가장 글로벌 한 미술 재료가 유리구슬이라니 그의 인기가 상승곡선을 긋는 건 예정된 수순 같다. 지난해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 분수 작업에 참여해 조각 작품 ‘아름다운 춤’을 영구적으로 설치했다. 동시대의 세계적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프랑스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미국 뉴욕현대미술관(모마) 등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3월 27일까지(02-3210-9885)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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