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0)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 심층면담 통해 게임중독자 ‘새 삶’ 부축 기사의 사진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 한덕현 센터장, 김선미·박정하 교수. 서영희 기자
게임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재미없게 느껴지고, 게임 속 캐릭터가 죽으면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등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 게임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던 중학생이 투신자살을 하거나 부모를 해치는 사고도 빈발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는 온라인게임 과(過)몰입자가 나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0∼30대의 8%가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인터넷게임에 빠진 상태다.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남성 59%, 여성 41% 비율이다.

중앙대학교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온라인게임에 빠져 사는 이들을 바로 세워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재활훈련을 받은 ‘게임마니아’들은 과도한 게임 몰입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던 ‘어둠속 과거’를 걷어내고 활기찬 새 삶을 영위하고 있다.

2011년 6월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로 첫 걸음을 뗀 이 센터는 지난해 10월 현재의 ‘게임과몰입힐링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운영비는 게임문화재단(이사장 정경석)이 지원한다. 재단은 이후 대구, 충북 충주, 전남 나주에도 센터를 열었다.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수도권 상담치료에 집중하면서 전국 센터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검사비와 진료비를 지원한다.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와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도 이 센터를 청소년 인터넷중독 전문 치료기관으로 인증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운영 이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와 하버드의대에서 온라인게임 중독을 연구하고 돌아온 한덕현(센터장) 교수를 앞세워 인터넷 및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을 전문적으로 돌본 덕분이다.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개인별 주치의 면담을 통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상담은 개인 또는 집단상담으로 나뉘고, 집단상담은 그룹 또는 가족상담으로 세분화된다. 이외에도 심리상담, 미술·운동·놀이·가상현실 치료, 가정방문 치료와 같이 과몰입 게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필요하면 약물치료는 물론 입원치료도 동원한다.

일단 환자 측이 상담을 원하면 심층 면담으로 게임 과몰입 정도를 측정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부모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한다. 지능, 주의력, 정서 상태 등 심리평가와 뇌 영상촬영 등을 통해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지도 파악한다.

더불어 고글을 쓰고 3D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게임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 및 심리치료를 진행한다. 중앙대 체육과학대학과 협력해 체육관에서 농구, 축구 등 신체활동을 통한 놀이치료도 병행한다.

가정방문 치료도 한다. 이는 보통 8∼12주 동안 진행된다. 게임에 몰입하는 정도가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과도할 때는 4주가 기본인 입원치료를 권유한다.

지금까지 온라인게임 문제로 센터가 수행한 전화상담만 1만건이 넘는다. 직접 다녀간 환자는 3000여명이다. 그동안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환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0명 중 8명이 남성 환자였다. 연령대는 13세부터 40세까지 다양하지만, 15∼25세가 주류다.

한덕현 교수는 “병원에 오는 사람 중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뒤늦게 온 경우도 있고, 강제로 부모 손에 이끌려 중독이 아닌데도 중독이라며 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정확히 선별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 환자는 또한 단순히 게임에 빠진 상태뿐만이 아니라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충동조절장애 등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공존질환을 같이 치료해야 게임 과몰입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 교수는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드는 행동은 그만큼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자녀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게임의 속성과 아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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