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전석운] 핵안보정상회의에 바란다 기사의 사진
다음달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가 공식 의제가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핫이슈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참석한다. 한반도 주변국 주요 정상들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창설돼 2010년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2년마다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올해가 네 번째다. 2012년 4월 서울에서도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해 핵물질이 테러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 코뮈니케를 발표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국제회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그동안 북한 핵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비핵화보다 핵물질의 확산 방지에 주력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등이 연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적어도 한반도 주변 당사국 정상들 사이에서는 북핵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한·미 정상들과 한자리에 앉아 북핵 해법을 모색하고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무리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더라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거나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반대한다”고 북한을 경고했다. 곁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두 정상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보란 듯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반대한다면서도 대북제재에는 몸을 사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에 대한 중유·식량 공급을 차단할 경우 북한 정권이 등을 돌리고, 북한을 탈출하는 난민행렬이 중국으로 쏟아지는 상황을 염려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협조 없이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도 무용지물이다. 미 의회가 김정은의 자금과 북한의 광물거래 등을 차단하는 강도 높은 북한제재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북한제재법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들을 제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마찰을 감수하고 중국 기업들을 제재할지는 의문이다. 미국도 공식적인 발언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막는 데 실패했다.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전면적인 핵무장 해제를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비판하면서 지금이라도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뉴욕 타임스도 14일자 사설에서 ‘북한을 진지하게 다뤄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동결을 무릅쓰고 개성공단을 폐쇄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 안정을 위태롭게 하고, 미국과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좀 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의 핵개발 경쟁이 촉발될 수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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