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97년, 08년에 이어 또 위기? 기사의 사진
연초부터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 성장률 공식이 깨진 데 이어 증시가 지난달 폭락세를 보였다. 유럽에서는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하고 또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는 등 정책 당국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더하여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 원유가격이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상당수 산유국이 경제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미국도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아직은 일부에 그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최근의 환경 변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우려스러운 소식들이다. 실물경기는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계상태에 도달한 가계부채가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이 10곳 중 1곳에 달할 정도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었고 일부 영역에서 부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조선, 해운, 건설 등 소위 부실 3형제에 누적된 부실을 처리하기 위하여 많게는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과정에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 국민의 희생과 노력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음은 틀림없으나 운이 작용한 측면도 상당히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 동안 대안정기라고 불릴 정도로 선진국 경기가 안정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는 외환위기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성취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축적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엄청난 외부 충격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 전개를 살펴보면 외부환경은 물론 내부의 대응 역량도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라면 우리경제가 또 한 번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국내외 상황이 급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 구조조정은 말만 무성할 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이나 정부의 대책 부재를 탓하고 있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가계와 기업이 긴장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가계는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지출해온 주거비와 교육비를 줄여서라도 부채를 축소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영역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전환과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너무 비관적인 말만 늘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영국의 역사가 칼라일은 경제학에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필자의 우려가 만사에 직업적으로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경제학자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박창균(중앙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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