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악화되는 미세먼지 오염, 방치할 건가 기사의 사진
“숨결보다 소중한 자동차·석탄화력발전소는 없다.” 원외정당인 녹색당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해제된 직후 발표한 ‘초미세먼지에 맞서 싸우는 거대한 전환’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런 구호를 제시했다. 녹색당은 이어 지난해 전국 132개 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26.5㎍/㎥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권고 기준인 10㎍/㎥보다 훨씬 더 높고, 정부가 지난해부터 적용하는 법정 대기환경기준인 연평균 25㎍/㎥를 약간 웃돈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는 기침이나 가래 등으로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나 폐에 축적된다. 이들은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WHO는 2013년 10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일부는 나노 크기라서 심혈관계를 거쳐 뇌나 다른 기관에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 때문에 초미세먼지는 인지기능과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해악이 광범위한 것으로 차츰 밝혀지고 있다. 담배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껏 낮춰 놓았던 미세먼지 오염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펴내는 대기환경연보와 월보에 따르면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는 2012년 41㎍/㎥로 반짝 낮아진 후 2013년 45㎍/㎥, 2014년 46㎍/㎥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인천과 경기 5대도시 평균 및 경기 대기관리권역도 마찬가지다. 2012년 각각 47, 47, 49㎍/㎥에서 2014년 49, 52, 54㎍/㎥로 상승했다. 2014년에 끝난 수도권대기특별대책(10개년)의 미세먼지 오염도 목표치인 40㎍/㎥이 무색한 지경이다. 미세먼지의 전국 평균오염도 역시 2013년과 2014년 49㎍/㎥로 높아져 국내 대기환경기준인 50㎍/㎥에 다시 육박하고 있다. WHO 추산방식에 따르면 50㎍/㎥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에 따른 연간 조기 사망자 수는 수도권에서만 1만여명으로 연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수 5000여명의 배에 이른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생성에는 무엇보다 자동차 운행이 크게 기여한다. 수도권에서는 미세먼지의 40∼45%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초미세먼지의 경우 자동차 연료의 연소 기여도가 더 크고, 경유차가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따라서 정부 대책은 당연히 혼잡통행료·차없는 거리 확대 등 자동차 운행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거의 실행단계에 있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산업계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무산됐고, 수도권에서 오염기여도가 높은 경유차의 통행을 제한하는 제도는 지자체들의 비협조로 도입 시도가 중단된 상태다.

올해 환경부 업무계획을 보면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관리대상 사업장 수 확대, 운행 중인 경유차 대책,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이 제시됐다. 기존 대책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독일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이후 ‘클린 디젤’ 신화가 깨졌는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경유승용차 판매가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 생성에는 석탄화력발전소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 정부는 2021년까지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 나가고, 심지어 중국까지도 석탄 소비를 줄이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미세먼지 오염은 국민 수만명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올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가의 의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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