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파도에 씻겨간 인류애… ‘쿠르디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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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씻겨간 인류애’ ‘유럽의 익사’ ‘인류의 수치’….

지난해 가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터키 해안에서 발견됐을 때 세상 사람들은 자책했다. 전쟁을 벌인 어른의 죗값을 한 어린아이가 치러야 하는 현실을 많은 이들이 개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난민 아이들은 오늘도 지중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가짜 구명조끼를 입은 수백명이 올라탄 난민선엔 쿠르디보다 어린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그리스로 들어온 난민 가운데 아이들 비중이 36%에 달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 유럽에 건너온 난민 어린이는 모두 25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그중 1만명은 성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된 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난민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시리아 내 무장단체들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포탄과 미사일이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폭격을 당한 시리아 내 병원 현장에 있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자막과 함께 영상을 세계에 고발했다. “폭격 때 테러리스트나 전사는 없었다, 아기들뿐이었다(just babies).”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 아이들의 부모는 그 어디에서라도 아이에게 자유와 평화, 안정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어른 난민은 물론, 어린이 난민들까지 위험한 존재로 전락했다.

폴란드의 한 보수 성향 잡지는 이번 주 이민자들의 손이 한 백인 여성의 머리끄덩이와 손목, 멱살을 잡고 있는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제목은 ‘이슬람의 유럽 강간’(사진)이다.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지난달 “쿠르디가 살아있었다면 자라서 결국 성범죄자가 됐을 것”이라는 내용의 만평을 실었다.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지만, 사람들 속에 그런 생각이 꿈틀대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많은 국가는 난민들과 나누기엔 일자리가 없다고, 난민들과 복지 혜택을 함께 누리기엔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반발한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8일(현지시간) “유럽이 ‘난민’은 포용하되 ‘경제이민자’는 돌려보낸다”는 희한한 수사학을 구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쫓기긴 마찬가지인 난민과 경제이민자를 과연 가려낼 수 있을 것인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EU의 난민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EU 회원국 국민에 비해 난민의 노동숙련도가 낮을 경우 EU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0.22%, 재정수지는 GDP 대비 0.07% 악화된다고 내다봤다. 유럽 각국이 국경 문을 앞다퉈 걸어 잠그는 데는 아마도 이런 전망이 고려됐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자국민이 우선적으로 먹고살 궁리를 해야 하는 건 어쩌면 크게 비난하기 어려운 ‘이기주의’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인류의 미래이면서 ‘최약(最弱)계층’이 돼 버린 난민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일까지 모른 척 해선 안 될 것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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