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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진싼팡(김씨 집안의 세번째 뚱보)을 두려워하진 말자

“김정은 체제를 지탱해주는 건 공포를 동반한 우상화… 핵 위협에 당당히 맞서야”

[김진홍 칼럼] 진싼팡(김씨 집안의 세번째 뚱보)을 두려워하진 말자 기사의 사진
‘3세 때 총을 쐈고, 3초 내에 10발을 다 목표에 명중시켰다. 3세 때 자동차 운전을 시작했으며 8세 이전에 도로를 질주했다. 6세 때 사나운 말을 길들여 타고, 기마수보다 더 잘 달렸다. 10대에 정치 경제 철학 역사 수학 물리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보통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슈퍼맨’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북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김정은 얘기다. 유치하고, 허무맹랑한 것들이어서 처음에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어떻게 세 살 때 총을 쏘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어요?”라는 상식적인 질문이 이어져 교사나 학부모들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 본격화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멈출 줄 모른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김정일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을 계기로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행사를 통해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대를 이은 충성이 강요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5일 ‘광명성절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김정일 장군의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빛내어 갈 맹세를 굳게 다지고 있다”고 했다. 88세인 김영남 위원장이 33세인 김정은을 ‘조선의 위대한 태양’이라며 떠받드니, 우스꽝스럽고 안타깝다.

앞서 14세부터 30세까지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는 청년동맹 대표들은 지난달 17일 “하늘땅이 뒤집히고 지구가 열백번 깨어져도 주체조선의 심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목숨으로 결사옹위하는 제일결사대가 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명언’이라는 제목의 책자는 지도층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그 책에 나오는 명언이란 게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끊임없이 흘러내려 오는 강물도 쓰면 줄어든다’는 수준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밤낮으로 김정은을 칭송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안쓰럽다. 김정은 집권 이후 100여명의 핵심간부가 처형되거나 숙청되는 등 공포정치가 판을 치고 있으니 살아남으려면 억지로라도 “김정은 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는 처지일 것이다.

김정은이 ‘평양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만든 목적도 우상화를 위해서다. 2013년 12월 9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는 노래는 모란봉악단의 단골메뉴다. 가사는 대충 이렇다. ‘우리가 바라는 꿈과 이상 모두 다 꽃피워주실 분. 위대한 김정은 동지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모란봉악단의 과도한 김정은 숭배는 지난해 12월 베이징 공연 취소 파동의 원인이었다. 중국도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던 것이다.

공포를 동반한 과도한 우상화는 존립기반이 취약하다는 걸 의미한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 황당무계한 얘기들을 꾸며내 신격화하며 체제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다. 대명천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만 예외다. 일정 부분 효과도 거두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3대 세습 정권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분에 스위스 유학까지 다녀오는 등 편하게 살다가 느닷없이 ‘왕’ 행세를 하는 김정은이 우리를 겨냥해 ‘죽탕쳐 버리겠다’며 겁박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문제인 만큼 대비에 빈틈이 없어야 마땅하다. 마음가짐도 다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미사일이라도 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은 떨쳐버리자. 대신 ‘도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자. 중국 네티즌까지 그를 ‘진싼팡’(김씨 집안의 세 번째 뚱보)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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