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3년 <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략적 로드맵 부족했다” 기사의 사진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점으로 대북 정책을 압박 위주로 재편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바로 그 신호탄이었다. 남북 간 신뢰를 통해 관계 개선을 꾀하려던 핵심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보수진영에서 ‘대북 퍼주기’라며 맹렬히 비난했음에도 포용 기조를 이어온 역대 정부와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새로운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 정책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전략적 로드맵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의 햇볕·평화번영 정책과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기조 장점을 동시에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정책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기조가 80% 이상 유사하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보수진영의 정책임에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의 수용성 측면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성 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남한과 중국에 대한 관계를 어느 수준까지 생각하는지 세부적으로 검토해 봤어야 한다”며 “북한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했다. 북한 권력 핵심부가 남북 관계 비중을 과거보다 현격히 낮게 여기고 있는데도 막연히 전략적 로드맵만 구상해 놓고 실천방안도 없었다는 의미다.

성 위원은 이어 “올 상반기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이때 정부가 전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장을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력 충돌로 남북 관계가 ‘끝장’ 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 타이밍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국내외에서 긴장 완화 촉구 흐름이 시작될 때 대북 정책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핵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이 없음을 명백히 하는 적극적인 반(反)병진정책”이라며 “이상적인 대북정책에서 현실적인 기조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핵실험에 대한 실질적 대가를 치르도록 해 북한의 ‘계산법’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어 “3차 핵실험 당시 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드레스덴 선언, 통일 대박론까지 내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또 그동안 북한의 경제·대외 정책 변화를 통해 북한의 총체적 변화를 가늠하겠다는 정부의 시각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가하는 안보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의 피로감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보에는 안보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효과가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이제야 구름 위에서 땅으로 내려왔다”며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강조하기보다 국제사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견인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현 정부의 지난 3년은 ‘잃어버린 3년’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주변국보다 힘이 강하지 않은데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유연성과 탄력성이 부족했다”며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명쾌한 인식, 거기에 적합한 전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김정은 북한’의 안보 딜레마 상황도 고려해 대화를 유도하는 제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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