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최계운] 새봄에 이루고 싶은 것들 기사의 사진
장년을 지나 노년을 향하고 있음을 자각하면서부터 가끔씩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은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중요한가. 할 수 있다고 믿는가. 스스로의 역량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나. 행동에 들어갔나. 방향은 올바른가’ 등이다. 그중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Yes’를 외친 기억은 아직 없다. 부끄럽거나 답답해야 할 노릇이지만 바쁘다 보니 그리되더라고 변명하기 일쑤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눈떠서 늦은 밤 잠들기까지 아주 짧은 틈마저 가지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물 관리 전반과 경영현안 등을 보고받고 확인하고 지시하고 결정하는 등 일이 워낙 많은 시간과 집중을 필요로 하는데다 전화하거나 만나야 할 사람이 나라 안팎에 걸쳐 많기 때문이다.

누가 되었건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려면 바쁘고 힘든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바빠서 정작 해야 할 일이 뒤로 미뤄지는 상황이라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일의 선후와 경중에 혼란이 온 건지 일이 일을 만드는 악순환의 반복인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설 연휴 무렵 어렵게 반나절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냈다.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몇몇 행동과 습관에 생각이 미쳤다. 우선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가급적 많은 일을 알아서 최대한 많은 책임을 감당하려 애써 온 개인적 성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과다한 정보와 관련한 문제’가 컸다. 대부분의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필자 또한 꼭 필요하지도 않은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정치, 사회, 경제, 국방, 국제, 건강, 소비자 등 온갖 뉴스를 보고 듣고 있었고 여론과 시대와 세계의 변화와 흐름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실시간 뉴스나 여론의 동향 등은 누가 봐도 중요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필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데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지는 자신하기 어려웠다. 물론 내게도 살아온 시간이나 나름의 경륜에 부합하는 거름망은 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이 거름망이 24시간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 들수록 메말라 가는 ‘창조적 상상력’도 문제였다. 정서, 지성, 감각 등과 관련한 체험요소를 묶거나 엮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면 때로는 머리로, 때로는 가슴으로, 때로는 손으로 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나이 들고 편리한 현대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가슴과 손은 일에서 멀어져 갔다. 앞서 얘기한 넘치는 정보 역시 성찰과 사색에 바탕을 둔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하기 일쑤다.

행동과 습관을 다시금 가다듬을 필요를 느꼈다. 새로운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어떤 사실을 많이 아는 것보다 뭔가 깨닫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가슴에 새겼다. 남들과 똑같이 세파에 휩쓸려 살아가는 건 결코 독창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을 수밖에 없다. 남 못잖게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배웠고, 이를 믿고 있다. 다가올 날에는 더욱 열심히 그러면서도 속도보다는 방향을 중요시하며 일하고자 한다.

곧 봄이다. 새봄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봄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색깔과 모양이 고와서라기보다 저마다의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가 새봄을 앞두고 새롭게 다짐하는 것은 세파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노력,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려는 애씀, 스치는 작은 풍경 하나도 제대로 깊이 바라보려는 태도 등 행동과 습관을 다시 가다듬는 것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두 팔 가득 봄을 껴안아 본다.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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