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안충영] 글로벌 가치사슬망 적극 활용해야 기사의 사진
지난 30여년간 기술 발전과 무역자유화는 세계무역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한 제품의 생산 공정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여러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가치사슬망(GVCs·Global Value Chains)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최종재의 무역증가율보다 부품과 소재의 중간재 교역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의하면 1995∼2013년 세계적으로 GVC 현상에 따른 중간재 무역은 6배로 늘어났으나 최종재의 경우 4배 증가에 그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중·일과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초국경 생산분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이 발효되고 포괄적 지역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면 GVC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GVC 현상은 비교생산비이론에 입각한 최종재의 국제무역현상을 크게 수정하고 있다. GVC는 한 제품의 부품과 소재 생산이 국경을 넘어 분화되면서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기술비교우위에 따라 GVC 가운데서 하이엔드에 참여하는 나라는 경제의 효율을 높이고 무역을 통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차지할 수 있다. GVC 현상은 국가 간 직접투자(FDI)도 증가시켜 FDI와 무역은 수레의 두 바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년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GVC를 더욱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중요한 점은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국기업들이 추구하는 GVC에 국내 중소기업이 적극 참여해 국내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기술을 익히는 환경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GVC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가 크게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무역 의존도는 최근 80%를 기록해 OECD국가 중 최상위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수출기여도는 30%에 불과하고 전체 중소기업의 15% 정도만이 수출에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85%는 협소한 내수시장에만 활동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해 중국경제의 저성장, 국제유가 하락,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등 커다란 대외 악재에 직면해 3% 성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도 금년 1월 18.5%가 감소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뉴노멀의 타개책 가운데 하나는 동아시아 주요 수출시장에 형성되고 있는 GVC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연계해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민간 대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한전과 같은 공기업도 송배전, 스마트 그리드 등 발전서비스 분야에서 협력 중소기업과 동시 진출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때 참여한 중소기업이 동반진출한 대기업과 전속거래를 벗어나 현지의 다른 기업들과도 거래를 개척하게 되면 GVC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중견기업의 경우 독자적으로 GVC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화 준비 인큐베이터 전략도 구사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확산되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강소기업으로 변신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동반위에서는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GVC에 참여하는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점을 크게 높이고자 한다. 또한 해외 GVC 참여를 위한 중견, 벤처기업의 해외 인큐베이터의 경우 연구·개발(R&D) 지원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

안충영(동반성장위원장·중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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