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3년 <중>]  배신☞ 靑과 엇박자 유승민에 직격탄… 여권 전열 재정비 효과 가져와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전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당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 극적으로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 취임 후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을 때도 정치적 승부수를 통해 지지층을 확실히 결집시켰다. 특히 ‘배신’ ‘심판’ ‘진실’ 등 선명한 단어를 사용해 대결 프레임을 구축, 피아(彼我) 구분을 명확히 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박 대통령은 이제 ‘진실한 사람’을 앞세워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관건은 4·13총선 결과다.

박근혜정부 집권 중반기였던 지난해 여권에는 ‘배신의 정치’ 바람이 휘몰아쳤다.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6월 25일)이 도화선이었다. 청와대와 다른 길을 걷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이 말은 여권의 전열을 재정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당청 갈등의 중심엔 국회법 개정안이 있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강화한 개정안이 5월 말 본회의를 통과하자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이유였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당력을 집중했고, 야당은 그 전제조건으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하면서 협상 책임자였던 유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것이다.

당에선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유승민 사퇴론’이 분출했다.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버티던 유 원내대표는 ‘사퇴 권고’라는 의원총회 결과를 통보받은 뒤 바로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이 나온 지 13일 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여당에서 독자노선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회법 개정안이었지만 본질은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이른바 ‘K-Y’라인이 장악한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 이후 당의 무게중심은 빠르게 비박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비롯해 당내 선거에서 친박이 비박에 번번이 패하던 상황이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공천 전쟁의 전초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사퇴 파동은 여권에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수직적인 당청 관계가 그대로 드러났고 의원들은 소신보다는 계파 이해에 휩쓸려 움직였다. 박 대통령은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힘으로 밀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선 자리엔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추대됐다. 원 원내대표는 청와대와의 공조를 강조하면서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거듭났다.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9명 중에서 친박 성향이 7명으로 절대 다수다.

유 원내대표 사퇴 때 청와대 편에 섰던 김 대표는 요즘 친박의 공세에 맞서 상향식 공천을 사수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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