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준협]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기사의 사진
박근혜정부의 한국경제 3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투에서 선방했으나 전쟁에서는 밀리는 형국’이다. 험난한 대내외 경제 여건에서도 경기 회복세가 꺾이지 않도록 잘 방어했다는 점에서 ‘단기(短期) 전투’에서는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한 측면에서 ‘중장기(中長期) 전쟁’에서는 크게 밀리고 있다. 전투에서 백 번 이겨도 전쟁에서 지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박근혜정부 들어 단기적인 경기 흐름은 양호한 편이다. 2014년 세월호 충격과 재정절벽, 2015년 메르스 충격으로 경기 회복세가 툭툭 끊기기는 했지만 연이은 정부정책 덕분에 미약하나마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저금리 정책은 건설투자를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 4%로 반전시켰고, 아홉 번의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설비투자도 2년 연속 5%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연속 1%대 성장에 머물던 민간소비는 소비 활성화 대책과 추경 편성으로 2015년 들어 2%대 진입에 성공했다. 수출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면서 세계 교역 6위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경기 부진과 유가 급락,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이기에 단기 전투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중장기 전쟁에서는 성적이 부진하다. 먼저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하락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2016년에 2%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다소 있다 치더라도 혁신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위험신호다.

정부가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연구·개발 투자 증가율은 과거 7∼8%대에서 현 정부 들어 3%대로 급락했고 2016년에도 1.7%에 불과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창조경제가 민간 부문에까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 삶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계소득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빚 갚느라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 설사 돈이 있더라도 노후 불안과 일자리 불안 때문에 감히 지갑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사교육비 부담도 여전하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여성과 중고령층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3포 세대’를 넘어 ‘흙수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반대로 흐르는 듯하다.

남은 2년이 중요하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설정하고, 단기 부양책은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수준에서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하고 원자재 수출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부 충격이 국내 외환위기로 전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한번 경제위기에 빠지면 당장 경기가 꺼지는 것은 물론 성장잠재력마저 훼손되면서 전투와 전쟁 모두에서 패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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