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40%대 콘크리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사의 사진
성공한 대통령인지, 실패한 대통령인지를 따지는 잣대로 ‘국정평가 지지율’이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이 여론조사에 응해 직접 점수를 매기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비교해보는 건 그래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70%대에서 임기를 시작해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10∼20%대의 저조한 성적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50%대 후반에서 출발해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심한 변동을 거쳐 역시 10∼20%대에서 임기를 마쳤다.

한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직 대통령들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의 취임 당시 지지율은 44%(한국갤럽)로, 대선 득표율 51.6%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았다. 연말정산 파동과 메르스 사태 때 잠시 29%까지 떨어진 적은 있지만 40%선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지난주 조사에선 43%였다. 정치학자들이 곧잘 인용하는 ‘기대-각성 이론’의 예외 케이스임에 틀림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초반에는 비현실적 기대감으로 매우 높지만 실망감이 커지면서 계속 하락한다는 이 이론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의 원칙주의가 보수층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견고한 지역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임기 말 두 대통령을 무너지게 한 친인척 비리가 아직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40%대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건 박 대통령에게 여간 큰 행운이 아니다. 이제 정확히 2년 남은 임기 말 국정을 이끄는데 상당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재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지층이 콘크리트인 것과 마찬가지로 반대층도 콘크리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반대층 콘크리트를 허물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3년을 집권했지만 내세울 만한 업적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동시에 덮쳤다. 박 대통령에게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돌파를 위한 해법은 딱 두 가지, 인사(인적 쇄신)와 소통이 아닐까 싶다. 박 대통령에게 이 두 가지 능력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거기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야겠다.

우선 현 청와대와 내각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계속해서 군 출신 중심으로 운영되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항구적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치밀한 통일·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통일·외교팀은 주체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통령 입만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회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경위를 따지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서 무얼 기대하겠는가. 경제팀은 또 어떤가. ‘사람은 참 좋다’는 평가를 받는 유일호 부총리에게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박 대통령이 당면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국회 및 야당과의 적극적 소통은 필수다. 4·13 총선 이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진정성을 갖고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장광설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그 시간에 야당 지도부를 당사로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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