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뷰-손봉호] 종교개혁과 인간교육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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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이 인류역사에 공헌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주의, 기본인권 사상, 자본주의, 현대과학 등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 대부분이 직간접으로 종교개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 교육도 그중 하나다. 예컨대 의무교육제도는 사실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종교개혁 이전에는 소수의 귀족만이 교육을 받았고 주로 사제, 공직자 등 전문직 양성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칼뱅은 교육의 목적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며 그 내용은 성경과 하나님의 창조라고 가르쳤다. 칼뱅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아야 하고 하나님을 알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국가는 모든 시민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강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터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모든 아동은 무상으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선포했다. 그 이전 천주교에서는 라틴어를 아는 사제들만 성경을 읽고 해석할 권한이 있었다. 이에 반기를 든 루터는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누구든지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의무교육이었다. 1524년 독일의 시장들과 시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루터는 교육의 영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강조했다. 독일어는 루터의 성경번역과 보편교육 강조가 계기가 되어 문명어로 격상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주교 예배에는 미사가 중심이어서 성경과 강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교회 예배에는 성경을 중심으로 한 설교가 중요한 자리를 잡았고 자국어로 이뤄지는 설교는 엄청난 교육적 효과를 가져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개신교 국가가 교육이나 문화 수준에서 대부분의 가톨릭 국가보다 앞서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사람의 삶이 자연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인공적으로 형성한 문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오늘날 그 문화환경을 조성하고 발전시키는 동력을 생산하는 교육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60여년 만에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하고 상당 수준의 민주화를 이룩한 것도 교육 때문이란 사실이 그것을 웅변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종교개혁 이전의 교육이 귀족교육이며 전문인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이었다면 종교개혁은 하나님을 알고 성경을 배우는 인간교육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의 교육, 특히 한국의 교육은 점점 더 종교개혁 이전의 교육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하나님을 알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인간교육이 아니라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힘을 획득하기 위한 직업교육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도 돈 있는 소수만 받고 가난한 사람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귀족교육이 되고 있다. “이제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게 되었다”든가 “은수저, 흙수저” 비아냥이 바로 이렇게 타락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모습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한국 교육의 바깥모양만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한국에 오래 살았던 독일 태생 이참씨는 한국이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육이 큰 문젯거리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우리끼리 경쟁’에 휩쓸려 있는 것과 동방무례지국으로 만드는 인성교육의 부재를 그 이유로 들었다. 정확하고 예리한 지적이라 하겠다.

특히 사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행학습은 타락한 한국 교육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배울 것을 미리 배우므로 오직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생산적인 사교육에 학부모는 막대한 돈을 바치며 학생들은 지쳐서 공부에 싫증만 내게 되고, 사교욕울 받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은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사회 계층을 형성하고 갈등을 조장하며 저출산의 재앙까지 몰고 온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조차 이런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그것이 종교개혁의 유산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녀들과 한국 사회에도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종교개혁을 제대로 기념하려면 교육이 직업을 얻고 경쟁해서 이길 힘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영화롭게 하며 이웃을 섬기기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그 위대한 전통을 다시 살려 한국 교육을 정상적인 인간교육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손봉호(월드뷰 대표주간·고신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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