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52)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주현철 교수팀] 초응급 대동맥 파열 환자 살리는 드림팀 기사의 사진
연세대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대동맥혈관클리닉에서 일하는 주요 의료진이 협진회의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이브리드수술실 김은경 간호사,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영상의학과 원종윤 교수,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심혈관외과 주현철 교수(팀장), 영상의학과 이도연·박성일·김경민 교수.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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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장기와 조직세포는 대동맥이 혈액을 막힘없이 운반해야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가 잘 돌아 숨을 쉴 수 있다. 대동맥의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다 파열되면 모든 장기조직이 당장 숨을 쉴 수 없어 생명이 위험해지는 초(超)응급상황에 빠진다.

특히 소리 없이 커지다가 빵빵하게 바람 든 풍선처럼 더 이상 내부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게 됐을 때 터지는 복부 대동맥류가 위험하다. 제때 파열 부위를 확인, 봉합하지 않으면 환자는 대량출혈로 사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복부 대동맥 파열 환자 10명중 8∼9명이 이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대동맥혈관클리닉 심혈관외과 주현철(40·팀장) 교수는 “대개 뱃속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데다 평소 자각증상도 거의 없다. 본래 직경 2㎝ 굵기의 대동맥 일부가 5㎝로 2배 이상 부풀었는데도 특별한 이상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흉부의 대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 이때는 동맥류가 성대 신경을 눌러 목소리가 쉬고 잘 안 나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목 안을 아무리 살펴봐도 목소리가 쉴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혹시 자기도 모르게 가슴 속에 생긴 대동맥류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봄직하다. 자칫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이 병원과 저 병원을 전전하다 시간만 지체하며 파열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대동맥혈관클리닉은 이렇듯 불시 파열위험이 아주 높은 흉·복부 대동맥류 질환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이다.

의료진은 심혈관외과 주현철·이승현 교수팀, 심장내과 최동훈·고영국·안철수 교수팀, 영상의학과 이도연·원종윤 교수팀, 심장마취의학과 곽영란·심재광 교수팀이 주축이다. 심폐 체외순환기를 운전하는 전문 간호사와 하이브리드 시술보조 전문인력도 10명이나 된다.

대동맥질환은 일단 진단이 되면 혈압을 조절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한다. 이후 주기적으로 추적·관찰해야 한다. 병이 계속 진행될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즉시 파열위험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혈관의 일부가 부풀어 오르고 찢어지는 대동맥질환을 치료하는 최신 기술은 하이브리드 치료다. 하이브리드 치료란 외과수술과 내과적, 영상의학적 중재시술을 결합시켜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치료효과는 극대화시키는 시술을 말한다. 또 중재시술은 사타구니 동맥에 1㎝ 정도의 작은 절개 창을 내고 가느다란 카테터(도관)를 대동맥류가 생긴 부위까지 밀어 넣은 후, 인조혈관 역할을 하는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시켜 혈관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게 막아주는 치료법이다.

세브란스대동맥혈관클리닉은 대동맥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스텐트 그라프트를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팀이 개발하고 특허까지 출원한 ‘굴곡 원통형 스텐트 그라프트’가 그것이다.

2015년 기준 연간 150여건의 대동맥수술과 100여건의 대동맥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 시술이 이들에 의해 이뤄졌다. 버거병, 말초동맥염 등 말초혈관질환을 제거하는 시술 및 수술도 500건이 넘는다. 1994년 영상의학과 이도연 교수팀이 첫 시술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이 병원의 스텐트 그라프트 누적 시술건수는 1000여건에 이른다.

지난해 대동맥 수술환자의 사망률은 약 3%에 그쳤다. 시술 중 사망률도 1% 이내로 막았다. 파열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80∼90%에 이르는 흉·복부 대동맥류 파열 환자도 세브란스대동맥혈관클리닉에서 제때 응급수술을 받게 되면 생존확률이 90% 이상으로 상승한다.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전공의, 응급실 경유 없이 주현철 교수 등 심혈관외과 교수진이 환자 후송 병원과 직접 교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응급치료 대기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킨 덕분이다.

대동맥질환에 대한 주 교수팀의 남다른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이 대동맥질환 분야 최우수 표준기관(Center of Excellence)으로 지정한데 이어 국내외 타병원의 의료진 연수교육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 주현철 교수는
지난해 대동맥질환자 147명에 새생명… 동료들도 “신의 손”

1976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1995년 경상고, 200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인턴 및 흉부외과 전공의 과정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수했다. 2010년 5월부터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심혈관외과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대동맥혈관클리닉 수술팀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2011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 MD앤더슨 암센터와 함께 텍사스 메디컬센터의 일원인 메모리얼 허만병원에서 대동맥 수술법을 익혔다. 메모리얼 허만병원은 흉·복부 대동맥질환 수술 세계 최다 실적을 보유한 곳이다.

주 교수는 이후 대동맥질환 및 말초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만 전문적으로 다룬다. 수술하는 환자는 대부분 혈관이 파열돼 대량출혈로 사경을 헤매는 응급환자다. 2015년 한 해 동안 주 교수가 수술한 대동맥질환자는 150명. 이중 단 3명만 사망하고 147명이 생명을 건졌다. 주 교수가 동료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서 ‘신의 손을 가진 사나이’로 불리는 이유다.

주 교수에겐 영일이 없다. 한 밤중에도, 주말에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호출이 온다. 이런 응급호출이 월평균 6∼7회다. 그렇다고 다음날 휴가를 낼 수도 없다. 수술예약 환자를 봐야 하고, 수술 후 입원환자 회진도 해야 한다.

주 교수는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 아쉽다. 하지만 대량 출혈로 죽어가던 대동맥 파열 환자가 수술 후 드라마틱하게 살아 나가는 것을 보면 흉부외과 의사, 그것도 심혈관외과 전문의가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바쁜 가운데서도 학술지에 공저를 포함,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오는 5월에도 미국흉부외과대동맥학회 학술대회에서 최근 10년간 대동맥궁 질환 치료 시 하이브리드 시술을 받은 환자와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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